사법 쇄신 내부 목소리 커질 듯
올해부터 정례화된 전국법관대표회의 구성원에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태에 비판적인 진보 성향 판사들이 상당수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행정 쇄신을 요구하는 내부 목소리에 더 힘이 붙을 전망이다.
대법원은 3일 각급 법원에서 선출한 전국법관대표회의 구성원인 판사 119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국 최대법원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표로 뽑힌 최한돈, 이성복 부장판사다. 지난해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을 뒷조사한 문건을 갖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후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법원 내부 여론을 주도해 온 핵심 인물이다.
최 부장판사는 지난해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추가 조사 요구를 거부하자 법원 내부망에 사퇴 의사를 밝히며 추가 조사를 압박했고, 이 부장판사 역시 지난해 법관회의 의장을 지내며 추가 조사 요구에 앞장섰다.
서울북부지법 대표로 선출된 최기상 부장판사는 작년 3월 블랙리스트 논란을 처음으로 공론화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서울중앙지법 남인수 판사는 올해 초 추가조사위 발표가 나온 후 검찰 수사 필요성까지 제기한 대표적인 강경파다.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와 김동현 대구지법 판사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법원 내부망에 블랙리스트 관련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해온 젊은 판사들로 꼽힌다.
또한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 6명 가운데 최한돈 부장판사와 최은주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김형률 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 세 명이 법관대표회의에 이름을 올렸다.
김영식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와 신재환 제주지법 부장판사, 김재령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 조정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판사 등 진보성향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으로 알려진 판사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아무래도 블랙리스트 관련 진상 조사가 핵심 현안이다 보니 이와 관련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온 판사들이 많이 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보성향 판사 분포가 우세한 가운데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정반대 목소리를 내온 판사들도 대표로 선정돼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대표인 서경환 부장판사와 울산지법의 김태규 부장판사는 블랙리스트 조사의 절차적 정당성 등을 제기하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올해부터 상설 운영되는 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과 법관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한 건의와 협조 요청 등의 권한을 지닌다.
오는 9일 예정된 첫 정기회의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법관 블랙리스트 3차 조사단) 활동과 ▦법관인사 패턴과 원칙, 각종 위원회 구성현황에 대한 대법원의 설명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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