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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으로 번지는 ‘오락가락’ 대입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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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으로 번지는 ‘오락가락’ 대입정책

입력
2018.04.03 19: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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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확대 우리도 뒤통수 맞은격”

“文 정부 교육정책 1년 낙제점”

지방선거 앞두고 표심잡기에 이용

시민단체는 진영 논리로만 대응

정작 학생ㆍ학부모 위한 논의 없어

주요 대학, 수능 최저기준 유지할 듯

지난달 3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교육적페 청산을 위한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 폐지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교육적페 청산을 위한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 폐지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시모집 확대와 수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등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대입정책 혼란상이 6ㆍ13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쟁으로 번질 조짐이 뚜렷하다. 정치권은 교육부의 잇단 무리수를 매개로 휘발성이 큰 대입제도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교육ㆍ시민단체들도 각자 진영 논리에 따라 찬반 의견을 내놓을 뿐, 정작 정책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를 배려한 제도 변화에 따른 분석과 설득 과정은 설 자리를 잃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교육부의 오락가락 정책 불똥은 즉각 여의도로 튀었다. 더불어민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관계자는 3일 “정시 확대는 교육부가 여당과 상의도 없이 강행한 사안이라 우리도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며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했다.

실제 이날 지상욱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은 “문재인정부는 ‘금수저 전형’이라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확대 방침을 채택해 왔는데 공정성 비판 여론이 커지자 여론회피식 땜질 처방을 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고,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현장 혼란만 가중시킨 정부의 교육정책 1년은 낙제점”이라고 맹공을 폈다. 한국당은 지난해 홍준표 대표의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정시 확대를 당론으로 택한 만큼, 제도적 보완책을 내놓아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데도 정치적 공격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다.

민심 풍향계에 민감한 시도교육감 후보들도 교육감 소관 업무와 무관한 대입 정책에 저마다 의견을 표명하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전날 “학종 축소와 학교교육 훼손으로 이어지는 정시 확대에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선거를 의식해 대입제도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시도는 그간 교육부가 섣불리 내놨다가 여론 반발과 선거 유ㆍ불리를 따지는 정치권 압박에 밀려 좌초한 여러 정책들의 실패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교육부는 1월 원래 3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유치원ㆍ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 계획을 유예했는데 선거를 앞둔 여권의 철회 요구가 결정적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게다가 교육당국이 반발을 무릅쓰고 밀어붙인 수시 수능 최저기준 폐지는 2020학년도 대입에서 연세대를 제외하고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은 수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수험생 부담 경감이라는 기대 효과는커녕 수험생들의 입시 전략만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온다.

교육단체들의 논쟁 역시 수시냐 정시냐 택일을 강조하는 극단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이날 “수능 최저기준 폐지는 정시 축소와 학종을 더욱 불공정 전형으로 만들 것”이라며 정시 확대를 주장했다. 반면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정시 핵심 평가 요소인 수능을 “20세기 낡은 측정 방식”으로 규정하고 “교육 당국은 입시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정치 싸움으로 변질된 대입정책을 바라보는 학생ㆍ학부모들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고3 수험생 학부모 김모(48)씨는 “수능 전형 위주인 정시는 정부가 추진하는 절대평가와 맞지 않아 수능이 변별력을 가지려면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교육업체 분석을 봤다”면서 “이건 다시 줄을 세워 신입생을 뽑겠다는 말밖에 안 되는데 이처럼 예상되는 부작용과 대안 논의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미 교육정책 변화를 다룰 국가교육회의라는 공식 기구가 있는 상황에서 큰 틀의 목표와 세부 로드맵 없이 결과만 덜컥 내놓다 보니 혼란이 커진 것”이라며 “어떤 목적으로 대입제도를 바꿔야 하는지, 국민을 먼저 설득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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