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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세자 “이스라엘인, 자기땅에 살 권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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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세자 “이스라엘인, 자기땅에 살 권리 있다”

입력
2018.04.0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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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견제 위해 사우디-이스라엘 밀월관계 구축” 분석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차기 권력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스라엘의 영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와 이스라엘 양국 관계가 더욱 가까워졌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미 중인 빈살만 왕세자는 2일(현지시간) 발행된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인들은 제 땅에서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빈살만 왕세자는 “유대인들에게 조상 땅 최소한의 지역에 민족국가를 향한 권리가 있다고 믿는가”란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고토(故土)를 점거하고 있다는 게 기본 입장인 중동 이슬람 국가의 지도자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큰 발언이다. 그는 “나는 각각의 사람이 어느 곳에서라도 평화로운 나라에 살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면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인이 그들 자신의 땅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리는 모든 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관계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평화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한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기자는 “빈살만 왕세자가 유대인들의 ‘자신의 땅’에 대한 권리를 인정했다”면서 그는 이스라엘에 관해 나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빈살만 왕세자의 이러한 인터뷰 내용을 두고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가 더 친밀해졌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공개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는 아직 이스라엘을 국가로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나라는 요르단과 이집트 뿐이다. 이스라엘과 3차례 전쟁을 벌였으나 화해를 모색, 아랍권 국가 원수로 처음으로 이스라엘 의회를 찾아 연설했던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은, ‘배교자’라는 비난을 받다가 1981년 이슬람 원리주의자인 군 장교들에게 암살 당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지난 수년간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빼앗은 팔레스타인 땅에서 철수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스라엘과 공유할 많은 관심사가 있다”며 “만약 평화롭다면 이스라엘과 걸프협력이사회(GCC) 간 많은 관심사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빈살만 왕세자의 이번 인터뷰를 근거로 사우디-이란의 긴장 고조가 이란을 공동의 위협으로 간주해 온 사우디-이스라엘의 협력강화를 이끌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친미 왕정 국가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밀월 관계는 최근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가는 직항 여객기에 영공을 개방했고 지난해 11월 이스라엘의 한 내각 장관은 오랜 기간 소문으로만 나돌던 사우디와의 비밀접촉을 처음으로 시인하기도 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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