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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캐나다로... 이재용, AI 열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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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캐나다로... 이재용, AI 열공 중

입력
2018.04.03 18:1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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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선진 제네바ㆍ스웨덴 이어

랩 가동 중인 몬트리올대 방문

M&Aㆍ인재 영입 목적보다

AI기술 흐름 파악 ‘스터디 출장’

수행원 없이 편안한 복장

“경영복귀 일정 정해진 것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캐나다 토론토의 아키라 백 레스토랑에서 아키라 백 셰프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아키라 백 인스타그램 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캐나다 토론토의 아키라 백 레스토랑에서 아키라 백 셰프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아키라 백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달 22일 1년 6개월 만의 해외출장에 나선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을 거쳐 캐나다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 최고위층 출장은 비공식적으로 진행돼 목적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방문지역으로 미뤄 이 부회장의 이번 해외출장의 주 관심사는 인공지능(AI)이다.

당장 AI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인재 영입 등 구체적 성과를 노리기보다는 수감 생활로 뒤처진 최신 AI 기술과 업계 흐름을 따라잡기 위한 ‘스터디 출장’에 더 무게가 실린다는 게 삼성을 잘 아는 이의 귀띔이다.

유럽으로 출국 이후 해외출장 행적을 일절 노출하지 않았던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캐나다 토론토의 요리연구가 아키라 백(한국명 백승욱)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등장했다. 백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멘트와 함께 이 부회장과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백씨 이외에 토론토 한인들도 3일 이 부회장이 식사하는 사진 등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 부회장은 AI 연구의 선진 지역인 스위스 제네바와 스웨덴 등을 방문하고 지난달 29일 캐나다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몬트리올대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이 대학과 공동 설립한 AI 랩(Lab)이 가동 중이다. 종합기술원 등에서 파견된 삼성전자 연구원들은 AI 권위자인 요슈아 벤지오 교수 등과 공동으로 음성ㆍ영상 인식, 통역, 자율주행, 로봇 등 AI 핵심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어 이 부회장이 몬트리올대 AI랩을 들른 뒤 토론토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판매법인이 있는 토론토는 캐나다 AI 연구의 중심지라 삼성전자도 AI랩을 추가로 만들 예정이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을 이끄는 김현석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제품박람회(CES)에서 “캐나다와 영국 러시아 등에 200명 규모의 AI 선행 연구조직을 구축하고, 인력과 인프라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 구속된 이 부회장은 올해 2월 5일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전까지 1년간을 구치소에서 지냈다. 하루에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기술(IT) 전쟁터’의 경영자로서는 상당히 긴 시간이다.

유럽과 북미를 가로지르는 행보를 통해 옥중 보고나 제한적인 신문 구독 등으로 해소하지 못한 글로벌 IT 업계 동향과 변화를 두 눈으로 파악하고, 해외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무뎌진 비즈니스 감을 되살리려는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도 이 부회장 수감 기간에 몬트리올대 AI랩을 개소했고 삼성 리서치 산하에 AI센터를 신설하는 등 AI 분야에 큰 변화가 진행돼 이를 직접 확인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식사를 한 토론토의 한 식당에서 현지 한인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goang28 인스타그램 캡처
이재용 부회장이 식사를 한 토론토의 한 식당에서 현지 한인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goang28 인스타그램 캡처

이 부회장이 수행원 없이 대한항공 전세기를 타고 이동하거나, 토론토의 한인들과 티셔츠 청바지 같은 편안한 차림으로 사진을 찍는 것도 이전까지 공식 비즈니스 출장에서는 연출되지 않았던 모습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AI에 대한 충분한 연구 검토와 삼성의 역량 점검을 마친 뒤에는 자잘한 M&A가 아닌 미국 전장기업 하만급 ‘대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 집행유예 판결에 대한 비판이 여전해 경영복귀 시점은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출장 경로와 목적 등은 알 수 없고 경영복귀 일정도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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