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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외하니... 상장사 이익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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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외하니... 상장사 이익 ‘뒷걸음질’

입력
2018.04.03 17:4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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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전체 영업이익 30% 증가

“수익성 개선 등 최대 이익” 불구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2개사 영업 이익이 43% 차지

반도체 쏠림 우려 현실화

금융은 예대마진 ‘이자 놀이’

영업 이익 50%까지 늘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전체 영업이익이 30%나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를 빼고 집계하면 전년 대비 이익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경제의 지나친 반도체 쏠림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금융사 이익은 무려 50% 가까이 늘었는데,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를 통해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한 결과란 지적이 적잖다.

3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2017 사업연도 유가증권시장 결산실적’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코스피 시장 12월 결산 상장법인 533개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016년 대비 9.96%(165조1,966억원) 늘어난 1,823조1,126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8.17% 늘어난 157조7,421억원, 당기순이익은 40.12% 증가한 114조5,926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이 매출(0.8% 증가)은 제자리인 가운데 영업이익만 15% 이상 늘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불황형 흑자’였다면 지난해는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8.65%로 2016년(7.42%)보다 1.23%포인트 높아졌다. 생산원가, 판매관리비용 등을 제외하면 1만원짜리 상품을 팔아 865원을 수익으로 챙겼다는 의미다. 매출액순이익률도 2016년(4.93%) 대비 1.35%포인트 늘어난 6.29%를 기록했다.

그러나 착시가 심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코스피 상장사의 매출 성장률은 8.76%, 영업이익 증가율은 10.94%로 눈에 띄게 낮아진다. 더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개사의 영업이익(67조3,664억원)이 코스피 상장사 전체 이익의 42.7%를 차지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총 90조3,758억원으로, 2016년(90조5,556억원)에 비해 오히려 0.2%(1,798억원)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상 최대 실적이라지만 반도체를 빼면 사실상 후퇴한 셈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가 시장을 선도하는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업황이 회복되는 시기 높은 수익성을 보인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상장사의 수익성에도 온도차가 있었다.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법인 861개사의 지난해 매출액(연결기준)은 전년대비 9.74%(15조978억원) 늘어난 170조1,448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11.86%, 3.44% 증가했다. 그러나 매출액대비 당기순이익을 의미하는 매출액순이익률은 2.88%로 전년 대비 0.18%포인트 감소했다. 더구나 분석대상 기업 중 40%에 가까운 329개사(38.21%)가 적자였다.

금융업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업 상장법인 44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6년 대비 48.3%, 순이익은 20.5%나 뛰었다. 특히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영업이익을 더하면 2016년 12조726억원에서 지난해 17조5,716억원으로 1년새 무려 48.8%(5조8,990억원) 늘었다. 증권업의 영업이익도 증시 활황(코스피 21.8%, 코스닥 26.4% 상승)에 힘입어 77.4%나 폭증했다.

그러나 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금리 인상기에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를 이용한 ‘이자놀음’에 치중한 결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의 이자이익은 37조3,000억원으로, 총이익의 83.6%를 차지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핑계로 대출금리는 신속하게 높인 반면 예금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한 탓에 순이자마진(NIM)도 2016년 1.55%에서 지난해 1.63%로 높아졌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금융사의 이익이 급증한 것은 그 동안 수익성 개선작업을 해 온 덕도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자 수익이 크게 증가한 결과”라며 “은행들의 기초 체력이 좋아진 만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대출 이용자에게 과도하게 전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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