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닐라 린드베리(32ㆍ스웨덴)가 올해 첫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대회 내내 계속된 ‘슬로 플레이’로 상대 선수들의 맥을 끊어놓았다는 지적을 받아 생애 첫 우승에 오점도 함께 남겼다.
린드베리는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ANA 인스퍼레이션 연장에서 박인비(30)를 제치고 우승컵을 들었다. 이틀에 걸쳐 연장 8차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였다. LPGA 데뷔 8년 만에 힘겹게 우승을 차지한 린드베리는 이날 부모님과 약혼자인 캐디와 함께 18번홀 연못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를 만끽했다.
하지만 린드베리의 우승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이들도 많았다. 특유의 ‘슬로 플레이’가 문제였다. 린드베리는 대회 기간 샷 어드레스를 한 뒤에도 핀과 볼을 계속 번갈아 보고, 퍼팅 라인도 수 차례 살피는 등 유난히 긴 루틴을 선보였다. 중계 카메라가 경기를 지루하게 바라보는 현장 갤러리들의 표정을 비출 정도였다. 국내 팬들은 다친 척을 하며 경기를 지연시키는 ‘침대 축구’에 빗대 ‘침대 골프’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린드베리의 경기 운영 방식을 비꼬았다.
하지만 이런 비난에도 린드베리는 당당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결승 경기였지만, 같은 루틴으로 경기를 진행했다”며 “침착해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린드베리와 만난 한국 선수들은 상대의 느림보 플레이에 정상적인 경기 리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2일 공동 선두를 달리던 박성현(25)은 3라운드에서 린드베리와 함께 플레이를 펼치다 경기 지연을 이유로 경고를 받았고, 이후 6개 홀에서 5타를 잃으며 무너졌다. 린드베리는 박성현이 티샷을 한 후 날아가는 볼을 바라보고 있을 때 티박스로 올라오는 이른바 ‘비매너’적인 행동으로 골프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연장 8홀 린드베리가 퍼팅 루틴에 1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사용해 박인비의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논란에도 한국 선수들은 의연했다. 박성현은 2일 “상대 선수의 슬로 플레이로 인해 경기가 풀리지 않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고,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박인비는 경기가 끝난 후 “그의 마지막 퍼트는 챔피언 퍼트였다”며 린드베리의 우승을 축하했다.
박순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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