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136종 출시
인기 20위 안에 16종 진입
매출 74% 늘어 1965억원
중국풍 대신 세계적 색채
국내 배급사 활용 전략도
중국이 한국산 게임 수입은 노골적으로 막고 있으면서도, 국내 시장에선 자국 게임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가고 있다. 한국에 내놓는 게임 수도 늘었지만, 연간 국내 매출이 급증해 지난 한 해에만 2,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대형 게임사를 제외하고는 국내 업체들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영향력을 중국업체에 빼앗기고 있다.
3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2017년 국내 중국 모바일 게임 성적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국 구글 앱장터(구글플레이)에 출시된 중국 게임 수는 총 136개로 전년보다 약 19% 늘었다. 이 중 구글이 집계하는 매출 순위 상위 20위에 진입한 게임은 16개다. 16종 게임들의 2017년 국내 총매출액은 1,965억2,840만원으로 조사됐다. 2016년 구글플레이 매출 20위권 중국산 게임 총매출 1,124억1,350만원보다 74% 증가했다.
과거에는 중국 게임이 양적으론 많아도, 몇 개만 인기를 끌었을 뿐이지만, 최근 들어 상위권에 포진하는 중국산 게임 개수가 많아졌을 뿐 아니라 총 수익 역시 크게 늘고 있다는 게 아이지에이웍스의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6~10위권 게임들의 연간 매출액이 전년보다 292%나 폭증했다. 톱 20위에 진입한 중국 게임들의 게임별 연평균 매출은 약 123억원으로 전년보다 20%씩 올랐다.
중국 게임이 한국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게임 품질 향상과 한국 배급사를 활용하는 전략 두 가지로 분석된다. 특히 요즘 중국에서 제작하는 게임을 이용자들이 중국제임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품질이 향상됐고, 중국풍 요소를 감추고 있다는 게 게임업계의 설명이다. 2017년 매출 톱 20위에 진입한 중국 게임 중 연 매출 1위를 차지한 ‘소녀전선’의 경우 일본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그래픽과 세밀한 전개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과거 중국 게임은 원색과 금장을 많이 쓰고 주로 무술 위주의 공격 방식, 지불하는 금액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차등 등의 특징이 있어, ‘중국풍’ ‘중국적 색채’라는 표현을 썼다”며 “이런 게임들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용자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깔끔하고 세련되게 게임을 만든다”고 말했다. 중국 스마트폰 성능이 개선돼, 고성능의 기기를 요구하는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산 게임 품질도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시장을 잘 아는 국내 배급사를 활용해 출시하는 중국 게임 업체들도 늘고 있다. 2016년 중국 게임을 가져와 출시한 한국 배급사는 39곳이었지만 2017년 65곳으로 늘었다. 성숙기에 접어든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게임 자체 경쟁력 외에도 대규모 마케팅 및 효율적 전략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 배급사와 손잡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국내 중소 게임사들은 설 자리가 좁아진다. 대형 게임 업체처럼 대규모 마케팅을 펼칠 수도 없고 기술력까지 중국에 추격당하는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 게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작년 3월 이후 문을 잠갔다.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에는 중국 내 유통을 허가하는 판호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래픽부터 기획력, 출시 후 빠른 업데이트까지 전반적으로 중국 게임의 수준이 높아진 데다 아직 한국 게임보다 단가가 낮은 편”이라며 “그러다 보니 배급사들도 국내 중소 기업들의 게임보다 중국산으로 눈을 돌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홍성민 아이지에이웍스 중국사업부장은 “중국 게임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성적을 내고 있다”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는 현지화된 마케팅 전략을 더욱 공격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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