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명예회복 더 이상
중단되거나 후퇴 없을 것”
4ㆍ3 상징 동백꽃 배지 달고
행방불명인 표석 찾아 헌화도
유족 등 1만5000여명 참석
“여러분,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 4ㆍ3 희생자 제70주년 추념일인 3일 추념사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방문 이후 12년 만에 추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4ㆍ3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사과했고,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으며, 역사 직시와 화해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주 4ㆍ3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념식에서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리고, 또한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며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때 4ㆍ3진상규명특별법이 제정됐고,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처음 4ㆍ3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또 “더 이상 4ㆍ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4ㆍ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4ㆍ3을 부정하는 세력에 대해 경고도 날렸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4ㆍ3의 진실을 외면하는,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ㆍ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화해의 역사도 강조했다. 4ㆍ3 당시 군경에게 총상을 입었지만 6ㆍ25전쟁에 해병대 3기로 자원 입대해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던 고 오창기씨 사례 등을 언급한 문 대통령은 “4ㆍ3에서 ‘빨갱이’로 몰렸던 청년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조국을 지켰다”며 “제주도민들은 화해와 용서로 이념이 만든 비극을 이겨냈다”고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식에 앞서 김정숙 여사와 함께 제주 4ㆍ3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를 가슴에 달고 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을 찾아 헌화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유족들은 “대통령이 진짜 와신게(왔네).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여”라며 반가워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올해 추념식에 참석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행불인 표석을 찾은 것도 처음이다.
이날 추념식에는 4ㆍ3 생존자, 유족 등 1만 5,000여명이 참석했고, 작곡가 김형석의 연주를 배경으로 제주도민인 가수 이효리가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이날 추념식은 또 유족을 배려한 행사장 자리 배치부터 남달랐다. 문 대통령 주변 자리는 정치인들이나 기관장이 아닌 4ㆍ3 수형생존자와 유족 등으로 채워졌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통곡의 세월을 보듬어 화해와 상생의 나라로 나아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추념식 후 희생자 유족 등과 함께 한 오찬에서 문 대통령은 “이제 누구도 4ㆍ3을 부정하거나, 폄훼하거나, 모욕하는 일이 없도록 4ㆍ3의 진실이 똑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양윤경 제주 4ㆍ3유족회장은 “문 대통령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어 유족들의 70년 묵은 한이 많이 녹아 내려간 것 같다”며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는 대통령의 말씀처럼 진정한 봄의 선물을 주고 가신 것 같아 유족을 대표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유족들과의 약속을 반드시 실천에 옮겨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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