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수보회의서 FTA 타결안 긍정ㆍ최종 평가
트럼프 대통령 “서명 미룰 수 있어” 발언과 온도차
미국이 밀어붙인 재개정 협상… “서명 미루더라도 손해 볼 것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 타결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으며 ‘서명 연기’를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온도차를 보였다. 문 대통령 발언은 미국이 실제로 타결안 서명을 연기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하에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또 협상 타결이 연기되더라도 한국이 손해 볼 것은 없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FTA 협상과 관련해 “한반도 평화 정착 및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양국간 긴밀한 협력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갈등 요인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아주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대외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은 매우 큰 성과”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동차 수출과 농업을 지켜내고, 철강 관세 부과 면제 등을 이끌어냈다”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제 정부는 이번 FTA 개정 협상이 한미 교역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필요한 대책들을 강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에 입증된 우리의 FTA 협상 경험과 능력을 토대로 각종 무역 협상에 능동적이고 당당하게 대처해 나갈 것을 당부한다”고도 했다. 사실상 한미 FTA 협상 종료 선언으로, 타결안 서명을 미룰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차이를 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한미 FTA의 서명을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 있다”며 “이것이 매우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미국의 ‘리비아식’ 해법보다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는 핵을 한꺼번에 폐기한 후 보상하는 리비아 방식은 북한에 적용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 한미 FTA와 북핵 문제를 연계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미국 정부가 밀어붙인 협상이어서 미국이 서명을 미루더라도 우리 쪽 손해는 아니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큰 문제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최종 서명을 연기하면 기존 FTA 협상대로 가는 거라서 우리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의문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수석 연설문 작성가 출신인 존 브링클리는 1일 포브스 기고문에서 “한미 FTA 개정안은 미국 업체가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자동차 수를 두 배로 늘리고 한국의 철강 수출을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개정안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그들은(한국은) 매우 기뻐할 것”이고 꼬집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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