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ㆍ과일 최대 25% 부과
철강ㆍ알루미늄 관세 대응 차원
중국이 자국산 철강ㆍ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관세폭탄 공격에 대응해 미국 농축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기반의 민심을 흔들고 나서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중국 재정부는 2일 국무원의 비준을 거친 관세세칙위원회 공고를 발표했다. 미국산 돼지고기와 과일 등 128개 품목에 대해 최대 25%의 고율관세를 이날부터 부과한다는 내용이었다. 공고에 따르면 미국산 냉동 돼지고기 등 8개 품목에는 25% 관세가, 과일ㆍ견과류ㆍ와인 등 120개 품목에는 15% 관세가 각각 부과된다. 총 30억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다. 재정부는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근거로 중국산 철강ㆍ알루미늄에 고율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한 대응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국 발 무역전쟁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며 ‘자유무역 대 보호무역’ 구도 형성에 주력했다. 중국 상무부는 담화에서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예외 규정을 남용하고 다자무역체계의 초석인 비차별 원칙을 위반한 만큼 WTO 회원국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많은 국민이 정부의 조치를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의 이유 없는 관세 부과에 대등하게 보복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준 것으로 무역전쟁을 원치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실제 중국이 이번에 고율관세를 부과한 농축산물은 2016년 11월 미국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팜 벨트(Farm Beltㆍ농장지대)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미국이 부과한 관세의 6%에 불과한 규모의 보복관세 카드를 들이밀면서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중국이 WTO 관련 언급을 반복하고 관영매체를 통해 그간의 시장개방 노력과 성과를 적극 선전하는 건 ‘자유무역 수호자’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유럽연합(EU) 등과 공동전선을 형성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타협을 원한다는 신호도 계속 발산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예고했던 보복관세 부과의 범위를 지켰고 이번에 부과한 30억달러 규모도 미국의 WTO 규정 위반을 지적한 철강ㆍ알루미늄 분야의 손해액 수준이다. 중국의 최대 무기 중 하나로 꼽혀온 미국산 콩도 제외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먼저 중국의 이익을 침해한 데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도 “중국과 미국은 세계 양대 경제주체로서 협력만이 유일하고 올바른 선택”이라며 “중미 간 무역이 정상궤도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미국이 중국만을 표적으로 삼은 관세폭탄을 추가로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미국의 향후 태도에 따라 추가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면서도 협상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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