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T 전화용 영상통화 제공
이미지 덧씌우고 피부톤도 조절
개발자용 도구 ‘T리얼’도 제공
전 세계 ‘포켓몬 잡기’ 열풍을 일으켰던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는 지난해 1월 국내에서도 출시 일주일 만에 이용자 700만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다른 게임과 차별화를 이룬 건 스마트폰 카메라가 비추는 실제 환경에 가상의 이미지인 포켓몬 캐릭터를 덧씌우는 증강현실(AR) 기술이었다. 1년여가 지난 현재 AR은 이제 일상 속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며 본격적으로 대중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통화 플랫폼 T전화에 AR 영상통화 서비스인 ‘콜라’를 2일 추가했다고 밝혔다. 전화를 건다는 의미의 콜(call)과 증강현실(AR)을 합친 콜라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영상통화 화면에 다양한 꾸미기 기능을 넣은 서비스다.
본인이나 상대방의 얼굴에 동물 귀, 머리띠 등을 합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통화하면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얼굴의 눈 크기, 턱 선, 피부 톤도 바꿀 수 있다. 스마트폰 기본 탑재 카메라만 이용하는 것보다 해상도가 약 4배 높은 고화질(HD)급으로 영상통화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 3월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9시리즈도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 수 있는 AR 이모지 기능이 주목받았다. 사용자가 찍은 셀피(selfieㆍ스스로를 찍은 사진)를 분석한 인공지능(AI)이 얼굴의 특징을 잡아내 꼭 닮은 3차원(3D) 이모지를 만들어 주는 기능이다. 실제와 가상 세계를 결합하는 AR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다는 점에서 콘텐츠 기업들에도 매력적인 기술이다. 지난해 12월 네이버가 내놓은 AR 웹툰 ‘마주쳤다’는 독자의 얼굴을 본떠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몰입도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AR를 비롯해 가상현실(VR) 등 실감형 미디어 시장이 성장하려면 이를 활용한 콘텐츠가 다양하게 생산돼야 한다. 최근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AR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모바일 AR 저작 도구가 확산하고 있는 건 긍정적 신호다. 애플과 구글은 각각 ‘AR키트’, ‘AR코어’라는 통합 개발 도구로 제작 환경을 지원하고 있고, 작년 말 공개된 아마존의 ‘수메리안’도 ARㆍVR 애니메이션 구현 솔루션이다.
국내에선 SK텔레콤이 ARㆍVR 통합 플랫폼 ‘T리얼’을 개발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KT는 전용 펀드 등을 통해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조성, 2020년까지 관련 매출을 1,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매년 AR가 주목받긴 했지만 배터리 수명, 네트워크 품질, 개발자 생태계 등에서 개선 여지가 적지 않았다”며 “5세대(5G) 통신, 고성능 카메라 등 기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생태계 투자에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주류 기술로 안착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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