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엔 “더이상 다카 협상 없어”
국경 장벽 연계한 동시다발 공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활절인 1일(현지시간) 멕시코에는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폐기를 위협하고, 민주당에는 불법체류 청년 유예프로그램인 다카(DACA) 문제를 협상하지 않겠다며 동시다발 공격에 나섰다. 두 사안 모두 자신의 대선 핵심 공약인 멕시코 국경 장벽과 연계시켜 엄포를 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멕시코는 사람들이 남쪽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유입되고, 그 다음 미국으로 들어오는 걸 막는 데 있어서 거의 하는 게 없다”며 “그들은 우리의 바보 같은 이민법을 비웃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마약과 사람들의 대규모 유입을 멈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나는 그들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나프타를 끝낼 것이다. 장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렇게 대규모로 흘러 들어온 사람들은 다카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을 겨냥해선 “국경순찰 대원들이 국경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잡았다가 놔주기(Catch & Release)' 같은 터무니없는 민주당의 법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 공화당은 더욱 강경한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핵 옵션'(상원 의결정족수를 단순 과반으로 낮추는 것)으로 가야 한다"며 "더 이상의 다카 협상은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초강경 발언은 트위터에 “해피 부활절!”이라는 축하 메시지를 띄운 지 한 시간 만에 쏟아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멕시코는 국경문제에 있어 우리를 도와야 한다"며 "우리를 돕지 않으면 두 나라 사이에 매우 슬픈 일”이라고 거듭 멕시코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나프타 폐기 발언을 내놓으며 협상용 위협 카드로 활용해왔고 다카 문제도 국경 장벽 예산과 연계해 민주당을 압박해왔다. 이번 발언도 이 같은 연장선으로 보이지만, 특히 이날 폭풍 트윗은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보는 폭스뉴스 보도에 대한 감정적 분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윗이 올라오기 직전 방송된 폭스뉴스의 ‘폭스 앤 프렌즈’ 프로그램은 ‘불법 이민자들의 대상(隊商) 행렬이 미국을 향하고 있다’는 보도에서 온두라스 등 중미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멕시코를 거쳐서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카 프로그램이 추방 유예 대상으로 삼는 청년들은 2007년부터 미국에 체류한 이들로서 현재 유입되는 불법 이민 문제와는 무관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사실 관계를 왜곡하며 즉흥적 공격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화당 소속인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진정한 리더는 희망을 지켜주거나 제공하지, 미국을 고향으로 부르는 무고한 아이들로부터 희망을 뺏지 않는다”며 “오늘이 부활절이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워싱턴=송용창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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