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 업체 네이버에 1999년 창사 이후 첫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가 2일 설립 선언문을 발표했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가입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네이버 노조는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초기 수평적 조직 문화는 수직 관료적으로 변했고 정보기술(IT) 산업의 핵심인 활발한 소통문화는 사라졌다”며 “복지는 뒷걸음질 치며 포괄임금제와 책임근무제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창립 선언문을 통해 밝혔다. 노조는 “네이버의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며 “네이버는 변화가 필요하며, 그 변화는 우리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활동 목표로 ▲사회의 신뢰를 받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네이버 만들기 ▲투명한 의사 결정 및 수평적인 조직 문화 만들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IT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연대 등을 내세웠다. 노조에 따르면 출범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익명 게시판을 통해 가입 의사를 조사한 결과 92.9%가 가입하겠다고 응답했다. 노조 출범을 알린 지 2시간 만에 가입자 300명을 넘어섰다.
대기업 IT 자회사나 외국계 회사를 제외하곤 국내 IT 기업들은 이직이 잦은 특성 때문에 노조 설립이 드문 편이다. 네이버 내에서 노조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은 2014년부터 감지됐지만 직원 간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이번 노조 설립에는 최근 최대 실적 달성에도 성과급 지급이 지연되고 뉴스 및 댓글 조작 논란에 휩싸이며 사측의 대처에 불만족스런 직원들이 많아진 점 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존중한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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