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농도가 오전 한때 ‘나쁨’ 수준으로 예고된 2일 아침 서울 시내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기관이나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주세요.”

지난달 15일 문을 연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www.mybudget.go.kr)에 접수된 국민들의 목소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국민들이 예산 사업을 집적 제안하고 우선 순위도 결정하는 국민참여예산제도를 공약했는데요,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시범 사업을 거쳐 지난달부터 홈페이지 이메일 우편 등을 통해 공식 사업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누구나 총 사업비 500억원 미만의 신규 사업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낼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개통 후 2일 오전까지 온라인을 통해 접수된 사업은 총 208개입니다. 한국일보가 이 사업들을 장애인, 대중교통, 범죄 등 30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류한 결과, ‘미세먼지’ 관련 사업이 31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난 수준에 이른 미세먼지농도 탓에 노인(21건) 출산ㆍ육아(17건) 대중교통(11건) 등 복지나 공공 인프라 관련 사업보다 제안 건수가 훨씬 많았습니다.

미세먼지 관련 제안 중 다수는 비교적 간단한 정책 결정으로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입니다. 가장 손쉽게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는 마스크 배포 관련 사업이 6건 접수됐는데요, 80세 이상 고령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 사업(510억원ㆍ추정 사업비) 저소득층에 보건용 마스크를 무료로 지원하는 사업(1,000만원) 전국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에 마스크 자판기를 설치하는 사업(100억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제안자는 “일부 지자체가 미세먼지가 심해질 때마다 ‘대중교통 무료’ 등 예산만 낭비하고 실효성은 없는 ‘전시성’ 대책만 내 놓고 있는 것에 대해 실망했다”며 “그보다는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대중교통 매표소에 배치한 후 개인당 하루에 하나씩 배부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재정을 투입해 공기청정기를 설치해달라는 제안(6건)도 많았습니다. 초ㆍ중ㆍ고교 교실 공기청정기 의무 설치(3조원) 가정용 공기청정기 보급 사업(500억원) 야외용 대형 공기청정기 설치(추정 사업비 없음) 등이 제시됐습니다. 미세먼지 농도 높은 지역 건강검진 실시(100억원) 어린이용 공공 실내놀이터 건립(10억원) 드론을 이용한 미세먼지 제거(498억원) 등 이색 제안들도 눈길을 끕니다.

기재부는 오는 15일까지 사업 제안을 받을 계획입니다. 이후 적격성 심사와 모의 국민 투표 등을 거쳐 2019년 예산안에 이를 공식 반영하게 됩니다. 정부는 최근 내놓은 예산안 편성 작성지침에서도 미세먼지, 화학제품 등 국민들의 생활 안전과 직결되는 예산을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예산 신문고’를 울린 미세먼지 대책 등 국민들의 바람이 예산에 적극 반영되길 기대해봅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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