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법원 심사 땐 위헌 소지”
경찰 “유명무실한 제도 될 것”
‘영장청구 이의신청 심의기구’가 법원에 세워지길 바랐던 경찰 요구와 달리 검찰에 설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검ㆍ경 수사권 조정 협의 과정에서 사실상 합의된 것인데, 경찰은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영장청구 이의신청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지 않을 경우, 타당한지 따지는 제도적 장치다.
1일 본보 취재 결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여한 협의 테이블에서 최근 경찰에 ‘영장청구 이의신청권’을 주되, 이의신청 심의기구(가칭 영장심의위원회)는 고등검찰청(고검)에 두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단 심의위원회는 검사가 아닌 독립적인 외부인사로 꾸리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경찰은 이의신청 심사 주체가 법원이 돼야 한다고 했지만 헌법학회 등에서 법원이 심사할 경우,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명시한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라며 “해당 영장을 불청구한 지검ㆍ지청에서 심사하면 공정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상급관청인 고검에 설치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경찰 반발은 만만치 않다. 외부인사로 구성된 기구에서 심사할 경우, 수사의 생명인 신속성 및 기밀유지를 담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위원들이 보안 서약을 한다 해도 심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이나 체포영장 내용이 외부에 알려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영장은 신속성을 요하는데 민간인인 외부위원들을 긴급 소집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런 이유로 국회에서 발의된 경찰의 영장청구 이의신청권을 부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대부분 법원에 이의신청 심사권을 부여하고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형소법 개정안은 ‘검사의 영장 불청구에 대해 사법경찰관이 법원에 이의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경찰은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조항을 삭제한 대통령 발의 개헌안(3월 26일)과 별도로, 영장청구 이의신청권에 공을 들여왔다. 검찰의 독점적 권한이 ‘제 식구 감싸기’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2012년 희대의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근’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김광준 부장검사 ▦2016년 고교 동창으로부터 스폰서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김형준 부장검사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검찰이 반려한 사례 등을 앞세우고 있다. 매년 경찰이 신청하는 영장의 10% 이상을 검찰이 반려하고 있다는 통계도 제시한다.
그렇다고 수사권 조정에서 소외됐다고 여기는 검찰이 심의위원회 고검 설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청구 이의신청권 도입을 막을 수는 없지만 민간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방식 등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