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부상 뒤 맨유 벤치 지키다
미국프로축구 LA갤럭시 데뷔전
후반 26분 투입돼 동점•결승골
“내가 원하면 러 월드컵 출전”
스웨덴 대표팀 합류 여부 주목
“팬들이 즐라탄을 원하길래 즐라탄을 선물했다”
스스로를 주저 없이 ‘신’이라 칭하는 선수다.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거만해 보이지만 독보적인 실력 앞에선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7ㆍLA갤럭시)가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MLS) 데뷔전에서 이름값을 증명하는 환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이브라히모비치는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스터브허브 센터에서 열린 LA FC와 홈경기에서 후반 26분 교체로 들어가 동점골과 결승골을 잇달아 터뜨려 4-3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맨체스터 유나티이드(맨유)에서 주로 벤치만 지키던 그는 얼마 전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고 LA갤럭시에 합류했다. 적지 않은 나이와 지난 해 4월 무릎 부상 후유증 등으로 실력 발휘가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브라히모비치는 입단식에서 “사자(즐라탄의 별명)는 배고프다. 난 벤자민 버튼(나이를 먹을수록 어려지는 영화 주인공)처럼 젊어진 느낌이다”라고 큰소리쳤다. 과거 “나는 나이가 들수록 레드와인처럼 더 농익는 것 같다”고 말했던 당당함이 여전했다.
LA갤럭시는 이날 ‘LA 더비’에서 초반 잇달아 3골을 허용해 홈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후반 16분 한 골을 만회한 뒤, 후반 26분 이브라히모비치가 교체로 들어갔다. 2분 뒤 크리스 폰셔스(31)가 한 골을 더 따라붙어 기대감을 높였다. 드디어 ‘즐라탄 타임’이 시작됐다. 그는 후반 31분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이 높게 바운드되자 지체 없이 오른발 발리 슈팅을 때렸다. 볼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약 40여 m를 날아 골문에 꽂혔다. 키가 195cm인 이브라히모비치는 어릴 적 태권도를 배워 종종 믿기 힘든 동작으로 골을 터뜨린다. 유튜브에는 ‘즐라탄의 아크로바틱한 득점 톱10’ 같은 동영상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또 하나 추가될 만한 멋진 골이었다.
현지 중계진은 “웰컴 투 즐라탄”라고 그를 환영했다. 끝이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 헤딩 슈팅으로 결승골까지 책임져 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이브라히모비치는 “팬들이 ‘즐라탄’을 원하길래 그들에게 ‘즐라탄’을 선물했다”고 외쳤다.
이브라히모치가 부활에 성공하면서 오는 6월 러시아월드컵에서 그를 볼 수 있을지가 축구 팬들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한국의 조별리그 첫 상대가 스웨덴이라 우리에게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이브라히모비치는 국가대표로 116경기에 출전해 62골을 터트린 스웨덴 A매치 최다골 보유자이지만 2016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16)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그러나 최근 “내가 원하면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할 거고, 원하지 않는다면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야네 안데르손(53) 스웨덴 축구대표팀 감독이 팀 규율을 중시 여기는 스타일이라 그를 원치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안데르손 감독은 “나는 (즐라탄 복귀에 대해) 아무것도 들은 것이 없다”며 언짢은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안데르손 감독은 즐라탄에게 대표팀에 오고 싶으면 언론플레이를 하지 말고 직접 이야기 하라는 건데 자존심 강한 그가 머리 굽히고 들어올 리 없어 대표팀 복귀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신태용(49) 축구대표팀 감독도 “독불장군인 이브라히모비치가 대표팀에 오면 팀 분위기가 나빠져 오히려 우리에게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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