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배출금지 잇단 혼선
경비원, 밤새 버린 것 재분류 진땀
수거장에 공간 없애 원천봉쇄도
정부 “깨끗한 것은 분리배출 맞아
오염된 폐비닐만 쓰레기 봉투에”
“그렇게 버리시면 안돼요!”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경비원 강모(67)씨가 소리치며 주민을 향해 달려갔다. 손을 가로저으며 강씨는 주민을 붙잡고 직접 설명했다. “오늘부터 비닐 따로 버려도 안 가져 간다고 해요.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려주세요.” 이렇게 강씨가 말리면 순순히 돌아가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왜 안 되냐” 따져 물으며 강씨에게 괜히 분풀이하는 주민도 있었다. 강씨는 “순찰을 하다가도 그 사이 비닐을 버리려는 주민이 보이면 분리수거장으로 뛰어가서 말리길 하루 종일 반복했다”라며 “주민들과 실랑이하느라 죽을 맛”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날부터 재활용품 수거업체들이 비닐과 스티로폼 등의 수거를 거부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경비원들만 ‘격무’에 시달렸다. ‘비닐 분리배출 금지’ 안내문에도 대부분 주민이 몸에 익은 대로 비닐을 따로 버려서다. 표면적으로는 폐비닐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국내 수거업체들이 비닐 수거를 거부하자, 몇몇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비닐 분리배출 금지’ 결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다. 환경부는 “깨끗한 비닐은 분리배출이 맞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미 혼란이 벌어진 뒤였다.
서울 서대문구 한 아파트는 주민들을 말릴 새도 없었다. 지난달 23일부터 ‘비닐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게시판에 붙여놨지만, 주민들이 밤 사이 평소처럼 비닐을 버려놨다. 결국 이미 버려진 비닐을 다시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는 건 경비원들 몫으로 돌아갔다. 이 아파트 경비원 정모(65)씨는 “애초에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비원들이 다시 분류 작업을 해왔다”라며 “오늘은 비닐만 따로 빼서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는 일까지 해야 했다”고 한탄했다.
결국 ‘비닐 원천 봉쇄 전략’을 구사하는 아파트도 등장했다. 경기 고양시 한 아파트는 오전부터 이어지는 ‘비닐 투척’에 경비원들이 분리수거장에서 비닐만 담던 공간을 아예 없애 버렸다. 경비원 김모(70)씨는 “오전 내내 비닐 버리려는 주민들 붙잡고 말리느라 경비초소 문턱이 닳는 줄 알았다”라면서 “어차피 업체에서 수거해 가지 않을 거면 따로 담을 필요도 없을 거 같아서 오후부터는 비닐만 담던 비닐을 치웠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부랴부랴 “깨끗한 폐비닐은 분리배출을 하고, 오염된 폐비닐만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리는 기존 정책을 그대로 지키면 된다”고 알리고 있다. 실제 서울 강남구, 동작구 등 시내 아파트 중에는 기존 정책대로 비닐 분리배출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아파트들도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부 수거업체가 오염 여부와 관계없이 수거를 거부하는 바람에 혼선이 있었던 것”이라며 “어제(3월 31일)부터 상황반을 운영해 재활용업체가 (깨끗한 비닐은) 회수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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