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의 하승진(33)은 지난달 31일 서울 SK와 4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2차전에서 작전 타임 도중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경기 종료 2분7초를 남기고 74-84 10점 차, 승부의 추는 SK로 기울었지만 포기할 단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패배를 직감한 KCC 벤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고, 하승진은 분한 마음 때문인지 수건으로 눈물을 연신 닦았다.
결국 KCC는 벼랑 끝에 몰렸다. 1,2차전을 잠실 원정에서 내주고 1일 안방 전주로 돌아갔다. 역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첫 두 경기를 패한 팀이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하승진은 장단점이 뚜렷한 선수다. 키 221㎝의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하지만 움직임이 느리다. 수비에서 중거리 슛 능력을 갖춘 상대 빅맨을 맨투맨 수비로 따라 붙는 것이 쉽지 않다. 하승진의 약점을 상쇄하기 위해 KCC는 지역 방어를 썼지만 오히려 유기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허술한 수비로 외곽의 오픈 찬스를 쉽게 내줬다.
하승진도 자신을 둘러싼 딜레마가 팀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의욕을 보였다.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1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높이를 잘 살렸지만 득점은 3점에 그쳤다. 팀도 패해 2차전에서 이를 더 악물고 15점 10리바운드로 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고, 하승진은 승부가 기울 때 눈시울을 붉혔다. 한 번만 더 지면 탈락하는 KCC는 2일 3차전 때 강한 승부욕에서 비롯된 하승진의 눈물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추승균 KCC 감독은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올려 달라진 플레이를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