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현재
2고로는 스마트팩토리 적용
철 생산량 늘리고 연료는 줄여
프리미엄제품 비율 62%로 ↑
“고로 속 온도가 1,400도만 돼도 ‘쇳물이 얼었다’고 말해요. 고로에서 배출할 때 쇳물의 이동성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31일 경북 포항에 위치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2고로. 작은 창문을 통해 들여다본 고로의 출선구(쇳물이 나오는 곳)에선 벌건 쇳물이 용암처럼 펄펄 끓고 있었다. 손기완 포스코 고로개수품질개선팀장은 “쇳물은 특수차량에 담겨 다음 작업장으로 이동하게 된다”며 “쇳물이 잘 이동할 수 있게끔 고로 온도를 1,500도로 맞추는 게 고로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고로(高爐)는 ‘높은 화로’라는 뜻이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용광로의 높이(제2고로 100m)가 높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일반 제철소에선 직원이 2시간에 1번씩 출선구에서 나온 쇳물 온도를 직접 잰다.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고로 온도를 1,500도로 맞추기 역시 쉽지 않다. 연료를 덜 쓰면 고로 온도가 낮아져 쇳물의 이동성이 떨어지고, 연료를 더 많이 태우면 생산비용이 올라간다.
하지만 포항제철소 2고로에선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2016년부터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스마트 팩토리’를 적용, 원료 품질 검사부터 쇳물 온도 측정까지 과거 직원들이 직접 작업했던 위험한 일들을 모두 센서와 AI가 하고 있어서다. 직원들은 중앙운전실에 앉아 각종 수치와 그래프를 보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한다. 손 팀장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고로에 AI를 적용한 사례”라고 말했다. 제철소하면 떠오르는 대표 장면이 뜨거운 쇳물이 쏟아지는 고로 앞에서 직원들이 땀방울을 흘려가며 일하는 모습인데, 적어도 제2고로에선 이를 볼 수 없게 됐다.
우선 고로에 철광석을 넣기 전 센서가 해당 원료의 온도와 수분 비율 등을 측정한다. 고로 내부 풍구영상을 보며 코크스 연소가 원활히 되는지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고로에는 쇳물이 되는 철광석과 철광석을 녹이는 역할을 하는 코크스가 함께 들어간다. 1,200도의 열풍을 불어넣으면 코크스가 타면서 철광석을 녹인다. 여기에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완승을 한 알파고에 사용한 딥 러닝 방식의 AI를 활용, 1시간 뒤 고로 속 온도를 예측해 코크스 투입량을 자동 조절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고로 온도를 1,500도로 일정하게 맞출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제2고로의 철 생산량은 지난해 하루평균 5,580톤으로 전년(5,340톤)보다 4.5% 늘었다. 쇳물 1톤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연료량도 같은 기간 503㎏에서 499㎏으로 4㎏ 줄었다. 손 팀장은 “철강제품 원가에서 고로 공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60~70%”라며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해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광양제철소 후판 공장에도 스마트 팩토리가 적용돼 있다. 두께가 6㎜ 이상인 두꺼운 판을 만드는 과정에 센서ㆍAI 등 제품 품질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 생산한 후판의 품질 부적합률을 48%나 낮췄다. 고부가가치 상품인 월드프리미엄 제품의 생산 비율도 62% 증가했다. 2016년 스마트 팩토리 도입 이후 이들 공장에서 줄인 비용만 647억원에 달한다.
정덕균 포스코 정보기획실장은 “각종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공정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스마트 팩토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출선량 예측 등 추가 기술을 도입해 올해 안에 포항제철소 제2고로를 ‘스마트 고로’로 완성하고, 이후 타 공장에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AI 제철소’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포항=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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