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구조 다변화 추진… 업계 첫 AI 도입
권오준 “2차전지 소재 리튬 새 성장동력”
1968년 4월 1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 3층에서 39명의 임직원들로 출발한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현 포스코)’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철을 만들어 국가에 보답한다’는 제철보국(製鐵報國) 정신으로 설립된 포스코의 50년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급격한 산업화의 씨앗이자 기둥이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제품이 자동차ㆍ조선 등 국내 대표 제조업을 키우는 밑천이 됐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철강생산량은 처음 쇳물을 생산한 1973년 44만9,000톤에서 지난해 3,720만톤으로 83배 급증했다. 이 기간 국내 조선 건조량도 1만2,000톤에서 2,350만톤, 자동차 생산량 역시 2만5,000대에서 411만대로 크게 늘었다. 고품질의 철강소재를 국제시세보다 30~40% 싼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후발주자였던 국내 자동차ㆍ조선ㆍ전자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고, 이는 또다시 철강수요를 늘리면서 한국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1973년 406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2만9,730달러로 73배 늘어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국가산업과 국민경제의 든든한 바탕이 됐다”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자평처럼,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포스코는 한국경제의 기둥 역할도 톡톡히 했다. 국내 총부가가치 창출액에서 철강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60년 6.32%에서 2013년엔 27.09%까지 치솟았다. 국내 철강생산량에서 포스코가 차지하는 비율은 54%(2015년 기준)에 달한다.
포스코는 다가올 100년을 위해 대표적인 굴뚝 산업인 철강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날 경북 포항 포스텍 체육관에서 ‘미래비전 선포식’을 갖고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68년 매출 500조원, 영업이익 7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포스코의 매출액은 60조원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수익구조(현재 철강이 80% 담당)를 철강(40%)ㆍ인프라(40%)ㆍ신성장(20%) 등으로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인프라에는 자원 트레이딩(수출입 거래)ㆍ건설ㆍ정보통신기술(ICT), 신성장 분야에선 에너지저장소재(리튬)ㆍ경량소재(마그네슘) 개발 등에 집중할 방침이다.
권 회장은 창립 50주년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차 등에 쓰이는 2차 전지의 핵심소재인 리튬이 향후 포스코를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리튬 추출 독자기술 개발에 나선 지 7년 만인 지난해 2월, 광양제철소 안에 2,500톤 규모의 추출공장을 준공했다. 올해 2월엔 호주 광산업체인 필바라와 리튬광석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해 리튬 대량생산의 물꼬를 텄다. 포스코는 최근 삼성SDI와 2차 전지에 들어가는 부품(양극재)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를 칠레에 만들기로 했다. 2차 전지 소재와 관련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역시 고려 중이다.
권 회장은 또 “AI를 적용해 제조공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렇게 만든 ‘스마트 공정’을 수출하는 등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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