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9ㆍ9플러스 개발자 인터뷰
시리즈 첫 스테레오 스피커 탑재
슈퍼카 출력에 경차급 효율
‘돌비 애트모스’ 스마트폰 첫 탑재
“알을 깨고 나온 기분입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만난 갤럭시S9ㆍ9플러스 음향 담당 개발자들은 신제품에 담긴 사운드 기술에 대해 “지금까지는 ‘모바일 기기가 낼 수 있는 수준’이 기준이었다면 갤럭시S9시리즈는 ‘오디오 기기라면 이쯤 돼야 한다’는 새 기준을 충족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들의 표정에는 휴대폰 사운드의 한계를 깼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갤럭시S9시리즈에는 갤럭시 제품 최초로 스테레오 스피커가 탑재됐다. 전작까지는 휴대폰 스피커가 제품 하단에 하나만 달린 모노 스피커 방식이었다. 이번엔 통화할 때 귀에 가져다 대는 상단 부분에 스피커 기능이 추가돼 총 2개의 스피커가 구동하는 스테레오 스피커를 구현했다. 휴대폰을 가로로 들면 좌ㆍ우 양쪽에서 소리가 흘러나오고 기존보다 소리를 1.4배 더 크게 낸다.
김동수 삼성전자 상품전략팀 프로는 “고객들이 음악을 들을 때 이어폰이나 외부 스피커를 연동하는 것 못지않게 휴대폰에 탑재된 기본 스피커를 쓰는 비중이 높다”며 “갤럭시S9은 양쪽에서 풍부하고 생생한 소리를 내 양쪽 귀로 소리를 들을 때 공간감을 더 크게 느끼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현 삼성전자 오디오개발그룹 프로는 “타사보다 음질, 음량에서 모두 앞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가장 최적화돼 있다”고 자신했다.
개발 과정을 되돌아보며 이들은 “어려운 도전이었다”고 했다. 상단 스피커의 위치상 통화할 때 상대방의 말을 듣는 곳이 스피커의 역할도 하도록 설계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양성관 오디오개발그룹 프로는 슈퍼카와 경차 비유를 들었다. 그는 “슈퍼카는 출력이 좋지만 연비가 좋지 않은 반면, 경차는 출력은 부족해도 고연비가 강점”이라며 “스피커도 전화용, 음악 듣기용 등 목적에 따라 다른데 두 기능을 모두 소화하도록 만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슈퍼카급 출력을 내는 고연비의 경차가 필요했다는 말이다. 양 프로는 “스피커 구조나 재질부터 시작해 소리 증폭 기능, 음향 조절(튜닝) 등 처음부터 다시 검증하고 완성한 게 갤럭시S9”이라고 밝혔다.
‘고품질의 사운드’를 인정받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갤럭시S9시리즈에는 세계적 음향 전문기업 하만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AKG의 기술과 오디오 기술 기업 돌비의 입체음향 시스템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돼 있다. 돌비 애트모스는 360도 전 방향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한 효과를 내는 소프트웨어인데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에선 처음 탑재됐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김재현 프로는 “두 회사 모두 음향과 오디오 전문 업체들이라 비용만 지불한다고 그들의 브랜드를 내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소리 크기와 높낮이, 소리별 주파수 대역 등에 대한 아주 까다로운 기준점을 충족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기준을 충족해도 끝이 아니다. 돌비 ‘골든이어’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아야 했다. 골든이어는 오디오 업계에서 통용되는 용어로 청음 전문가, ‘사운드 소물리에’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이들이 모여 전문 오디오 스피커와 삼성전자가 가져온 제품을 비교해서 듣고 개선점을 지적하는데, 이 테스트만 5번 넘게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구현된 사운드가 ▦휴대폰 테두리와 화면 사이의 베젤을 최소화한 ‘인피니트 디스플레이’ ▦영상 콘텐츠를 최적으로 감상하도록 하는 18.5대 9의 화면비율 등과 만나 몰입을 높이는 시너지를 낸다.
김동수 프로는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통화나 문자 주고받기가 아니라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하거나 시청하는 미디어 경험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궁극적으로 스마트폰이 미디어 소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아직은 TV만이 만족시키는 디스플레이나 사운드 경험이 있는데 이 부분을 스마트폰이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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