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월까지 계속될 장기레이스, 관건은 체력 유지될 듯
‘2018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우승상금 5,000만원)가 중반전에 돌입하면서 개인 다승 타이틀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달 22일 개막, 총 216대국으로 6월까지 진행될 한국여자바둑리그는 남자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실전 경험을 축적할 기회여서 여자 프로바둑 기사들에겐 가장 중요한 대국의 장이다.
우선, 여자 바둑리그에선 김채영(22ㆍ서울 부광약품) 3단이 7연승으로 단연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대회까지 포함하면 김 3단의 기록은 ‘20연승’으로 늘어난다. 김 3단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도 15승 2패로, 최우수선수(MVP)와 다승왕 타이틀(최정 9단과 공동 수상)까지 가져갔다. 김 3단은 여자 바둑리그에서 강한 이유를 바둑 기풍의 변화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김 3단은 “예전엔 저도 길게 생각하고 두는 장고 바둑이었는데, 바둑리그를 포함해 요즘 바둑 추세가 갈수록 제한시간이 짧아진 속기로 변해가면서 여기에 맞추다 보니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며 “올해도 초반 성적이 좋은 만큼, 여자 바둑리그 다승왕 타이틀을 노려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3단은 지난 달 31일 벌어진 조승아(20ㆍ서귀포 칠십리) 2단과의 대국에서 초ㆍ중반 불리했던 바둑을 역전승으로 따내며 뒷심까지 강해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번 대회 개인 다승 경쟁을 혼전 양상으로 빠져들 게 만든 선수로는 오정아(25ㆍ서귀포칠십리) 3단을 빼놓을 수 없다. 오 3단은 국내 및 세계 여자랭킹 1위인 최정(22ㆍ충남SG골프) 9단과의 맞대결에서 불계승을 거두는 등 이번 대회에서 6승1패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거둔 7승7패와 비교하면 반전의 성적이다. 대회 초반이긴 하지만 오 3단의 수직 상승세는 여자바둑리그 개인 다승 경쟁에 불을 지폈다. 오 3단은 지난해와 달라진 대국 자세를 비결로 꼽았다. 오 3단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패배하면 어쩌나’란 생각에 사로 잡혀서 위축된 대국을 둔 게 많았지만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마음을 비우고 결과에 관계없이 내 바둑을 두자고 생각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여자 바둑계의 선두주자인 최정 9단 또한 이 대회에서 6승 1패로 이름값을 하고 있다. 지난해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둔 최 9단은 올해도 각종 국제 기전에 참가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최 9단은 “요즘 대국 수가 많아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지는 않다”면서도 “자신은 없지만 아직 시간이 있으니,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9단은 지난해 중국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열렸던 황룡사 정단기배 및 천태산 농상은행배, 명월산배 5도시 여자바둑쟁탈전 등 국제대회 우승을 모두 쓸어 담았다.
30대 여자 프로바둑 기사로 관록을 보이고 있는 조혜연(33ㆍ포항 포스코켐텍) 9단도 5승2패로 올해 여자바둑리그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12승 2패의 성적을 거둔 조 9단은 통산전적 560승1무427패로, 국내 여자 프로바둑계에선 박지은(35ㆍ인제 하늘내린) 9단(586승2무454패)과 함께 500승 고지를 돌파한 배테랑이다.
팀의 부진으로 다소 침체돼 있지만 국내 여자랭킹 2위로 현재 4승2패를 기록 중인 오유진(20ㆍ부안 곰소소금) 5단도 다승왕 타이틀에 근접한 선수로 꼽힌다.
바둑TV에서 ‘2018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 해설을 맡고 있는 홍성지(31) 9단은 “올해는 여자 프로바둑리그 다승왕 경쟁을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6월까지 진행될 장기간의 레이스인 만큼, 누가 더 세심하게 체력을 관리하느냐에 따라 최종 우승자가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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