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남부 반군과도 연계 가능성
26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 가나 해역에서 한국인 3명이 탄 어선 마린 711호를 납치한 해적은 기니 만 일대에서 활동하는 무장한 나이지리아 해적으로 추정된다. 동남아시아 말라카 해역과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 해역의 해적활동이 줄어들면서 기니 만이 세계 최대 ‘해적 소굴’이 된 상황이다.
해상 범죄를 전문적으로 감시하는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특수기구 국제해사국(IMB)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니 만 해역을 “선원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바다”라고 표현했다. IMB는 “나이지리아 해적들은 중무장해 있고 해안과 강가, 부두와 먼 바다를 가리지 않고 선박 납치를 시도해 왔다”며 “최근 선박을 노린 공격과 납치가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영국 런던 소재 위험 컨설팅 업체 컨트롤리스크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기니 만에서 발생한 해적 공격 및 공격 시도는 44건이다. 남아메리카(24건)나 카리브해 해역(20건)의 2배, 과거 뜨거웠던 소말리아 근처 아프리카의 뿔 해역(4건)의 10배 정도다.
나이지리아 남부 해안을 중심으로 활동한 이들 해적 집단은 최근에는 서쪽에 있는 베냉과 가나 해역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는 양상을 보였다. 올해 2월 1일에는 베냉 코토누 인근 해역에서 인도 승무원 22명이 탄 유조선 마린익스프레스호가 6일간 납치됐다 풀려났다. 이에 앞서 1월 10일에도 유조선 배럿호가 4일간 납치된 바 있다. 마린 711호가 납치된 지점은 이보다도 더 서쪽인 가나 근처 해역이다.
이들 해적 집단은 배 자체를 납치하는 것보다는 배에서 승조원만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해상 감시가 늘고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서 배를 통째로 나포하는 것보다 협상을 통해 몸값을 받는 편이 더 이익이라고 해적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IMB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배에서 납치된 승조원은 75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65명이 나이지리아 해역에서 납치됐다.
기니 만 해역의 불안은 나이지리아 국가 전체의 치안 불안과도 연관돼 있다. 북동부 내륙 지역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공세를 받고 있는데다, 남부 나이저 강 하구 지역에서도 반정부 무장단체의 활동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나이저 강 하구에서는 남부 출신 굿럭 조너선이 집권한 이후 2009년부터 중앙 정부의 화해 시도로 무장단체 활동이 줄었다. 그러나 북부 출신인 모하마두 부하리 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인 2016년부터는 나이저델타어벤저스 등 새로운 무장단체가 등장해 송유관 테러 등을 저지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부에서 급증하는 해적활동도 이들 무장단체 활동을 위한 자원과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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