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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스티' 고준 "김남주와 호흡 최고…케빈리는 고혜란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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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스티' 고준 "김남주와 호흡 최고…케빈리는 고혜란뿐"

입력
2018.03.3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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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JTBC 종영극 ‘미스티’는 배우 고준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극중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김남주)의 전 연인이자 프로골퍼 케빈리(이재영) 역을 맡아 열연했다. 케빈리는 4회에서 죽었지만, 존재감이 주연배우 못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대체 케빈리를 누가 죽었냐?’며 궁금해했고, 결국 범인은 혜란의 남편인 변호사 강태욱(지진희)으로 밝혀졌다.

특히 고준과 김남주가 선보인 19금 격정 멜로는 파격 그 자체였다. 고준은 섹시한 외모와 치명적인 눈빛으로 여성들을 설레게 했다. 왠지 케빈리 역은 “다니엘 헤니, 이병헌처럼 멋있는 사람이 연기해야 될 것 같았다”며 민망했다고 털어놨다. 아내 서은주(전혜진)가 있지만, 선후배 고혜란과 한지원(진기주) 사이에서 양다를 걸쳐 원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고준은 “케빈이 가장 사랑한 사람은 혜란”이라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미스티’ 최대 수혜자로 불리는데.

“잘 안 믿겨진다. 인터뷰하면서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댓글도 찾아보다가 민망해서 안 봤다. 케빈이 여자들에게 나쁜 짓을 많이 하지 않았냐. 실시간 반응에는 ‘쓰레기다’ 등 욕이 많더라(웃음).”

-케빈리 역에 어떻게 캐스팅 됐다.

“OCN ‘구해줘’ 촬영 중에 미팅을 했다. 배우 고준이 궁금했다고 하더라. 이후 정식 제안을 받았는데, 대본 자체가 정말 재미있었다. 내가 할 역할이 케빈리라고 해서 놀랐다. 왠지 다니엘 헤니, 이병헌씨 처럼 잘생기고 멋있는 분들이 해야 될 것만 같아서 낯간지럽더라. 유학파 느낌 있다고? 컨디션 좋을 때는 ‘재미 교포 출신이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얼굴이 안 좋을땐 ‘시골에서 왔냐’고 하더라(웃음).”

-골프선수 역 위해 준비한 건.

“트레이닝을 엄청 열심히 했다. 영화 ‘변산’이랑 ‘미스티’ 촬영 스케줄이 겹쳐서 힘들었다. 영화상에서는 캐릭터가 몸이 좋은 설정이 아니었다. 헬스랑 식이조절 하면서 몸을 가꿨다. ‘미스티’ 전에는 주로 격투기, 농구 선수 역할을 많이 했는데 평소 골프에도 관심이 많았다. 골프선수 역할이 크게 힘들거나 하진 않았다.”

-케빈리는 나쁜 남자였다.

“내 입장에선 나쁜 남자를 연기한 게 아니었다. 혜란이를 정말 사랑하니까 버림받은 뒤 애증과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거다. 나쁜 마음이라기보다 혜란이를 너무 갖고 싶었던 것 아닐까. 사실 처음에는 케빈의 마음이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점점 몰입했다. 극중 사랑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하지 않았냐. 태어나서 이렇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본 건 처음이다. 원래는 ‘보고싶다’는 말도 잘 못하고 카톡으로만 했다. 케빈리를 연기하면서 표현하는 게 덜 민망해졌다.”

-실제로는 어떤 스타일이냐.

“첫사랑이 6년간 짝사랑으로 끝났다. 한 사람만 계속 바라보지만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다. 아마 그 사람은 내가 좋아한 걸 아직도 모를 거다. 지금은 날 좋아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나한테 선택권이 없다(웃음). 난 묵묵히 지켜주는 스타일이다. 다들 말로 하라고 하는데 항상 ‘내 눈을 믿어라’고 했다. 연애하고 싶지 않냐고? 사랑하고 싶다. 이제는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줄 것 같다. 그동안 못했던 거 다 해줄 수 있다. 그래도 아직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연애부터 먼저!”

-김남주와 멜로 연기한 소감은.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 성격도 좋고 책임감 하나는 위인일 정도다. 전체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라서 힘든 부분이 많았을 텐데 배우 한 명 한 명 다 챙겼다. 정말 대단하더라. 사실 선배에 대한 미담을 많이 들어서 부풀려진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여장부 스타일이다. 연기할 때 카리스마에 눌린 적 없냐고? 전혀 없다. 고준이 아니라 케빈이 혜란을 보는 시선으로 연기하는 것 아니냐. 오히려 연기 잘하는 분을 만나면 더 몰입하기 쉽고 재미있다.”

-키스신은 김남주가 리드했나.

“아니다. 내가 리드했다(웃음). 선배는 딸도 있고, 첫 키스신이라서 많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뽀뽀신은 해봤는데 키스신은 처음이라고 하더라. 나도 영상 매체에서 키스신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2~3번 정도 만나고 친해지기 전에 키스신을 촬영해 많이 떨렸다. 촬영 때 꼬마 아이들 열 댓 명이 걸터앉아서 보고 있더라. 선배가 ‘어머~얘들아 이거 보면 안돼’라면서 놀라더라.”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혜란이 케빈을 인터뷰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속에서는 깊은 애증이 있는데, 공개적으로 인터뷰해야 하니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케빈은 ‘봤니? 나 이렇게 성장해서 왔어’라고 혜란에게 속으로 얘기 한 거다. 한편으로 ‘날 버렸어? 후회하게 만들어 줄거야’라는 마음도 있었다. 혜란이 국민들 앞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비춰서 복수하고 싶지 않을까. 결국 모든 게 혜란한테 관심받기 위한 행동이었다.”

-아내 전혜진이 있지만 김남주, 진기주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쳤다.

“작가님이 써준 대로 열심히 연기했다. 난 양다리 걸치고 싶지 않았다(웃음). 케빈이 첫 등장했을 때 은주(전혜진)가 친구 혜란 얘기를 하지 않았냐. 일부러 모르는 척 하면서 나름대로 전사를 만들었다. 복수의 일환으로 활용 했다기보다, 은주를 좋아해서 결혼했지만 마음 속에 계속 혜란이 남아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지진희와 신경전도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비아냥대듯이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유치해보이니까. 솔직히 그 장면은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지 못했다. 대본에 쓰여 있는 대로 충실히 해야 되지 않냐. 감독님도 원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2001년 영화 ‘와니와 준하’로 데뷔, 늦게 빛을 봤는데.

“학교 때부터 21년 연기를 했고, 실제 무대부터 시작하면 18정도 됐다. 연극은 5~6년 잠깐 했고, 독립영화를 15년 가까이 했다. 대부분 영화배우를 꿈꾸며 연기를 시작하지 않나. 그 사실을 숨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난 연극판에서 활동할 때도 솔직하게 말했다. 어렸을 때 주말 토요명화를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 힐링 받는 느낌이 들었고, 고3 때 용기를 냈다.”

-드라마와 영화 매력 비교해보면.

“영화는 장인정신이 있는 오래 된 찌개 집이라면, 드라마는 유명한 패스트푸드점 같다. 전쟁터 같은 느낌이 많이 들더라. 아무래도 영화만 계속 하다 보니까 드라마 보다 편한 게 있다. 트레이닝복만 입다가 정장 입으면 불편하지 않나. 드라마는 영화와 시스템도 많이 달라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 ‘미스티’ 계기로 드라마 하는 분들을 존경하게 됐다. 전에는 몰랐는데 배우들이 어마어마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걸 보면서 놀랐다.”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는.

“이제 악역을 그만하고 싶다. ‘구해줘’ 전까지 나쁜 역할만 주로 맡았다. 악역을 연기하면 정서적으로도 안 좋다. 세상을 나쁘게 바라보니까. 멜로, 로코보다 아픔이 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 예전부터 꿈이었다. 연기를 해야겠다고 용기 낸 시점에 본 영화가 ‘나의 왼발’이다. 극중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지체장애가 있는 화가로 나왔다. 보면서 ‘저렇게 연기할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롤모델이다.”

-아픔이 있는 역 연기하고 싶은 이유는.

“사실 케빈리를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 잘 나가고 자신감 가득한 사람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더라. 내 스스로가 트라우마 덩어리였다. 어렸을 때 미세한 자폐 증세가 있었는데,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다.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성당의 고요함에 매료돼서 신부를 꿈꿨다. 새벽마다 혼자 성당가서 종 울리고 안정을 찾곤 했다. 신부님이 되려면 중고등학교 때 결정해야 수도원, 신학교에 들어간다. 그 때 사춘기였는데, 거기 들어가면 어린 마음에 ‘여자를 못 만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중2 때부터 짝사랑하던 친구가 있어서 더 그랬다. 이렇게 이뤄지지도 않을 거 였으면 수도원에 들어갈 걸 그랬다(웃음).”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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