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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이 궁금해?] 문 대통령이 뒷자리 앉히려던 김정은, 다른 차 타고 레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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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이 궁금해?] 문 대통령이 뒷자리 앉히려던 김정은, 다른 차 타고 레이싱

입력
2018.03.31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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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열차’ 베이징 도착 소식에도

정부, 언론 접촉 피하며 모르쇠

알면서도 연출된 상황이라면 소름

리설주 동행은 정상국가 코스프레

정부가 판 깔았다 판단했지만

北 계산 끝내고 뛰어들었을 가능성

김정은, 한반도 정세 변곡점 만들어

한미일-북중러 대립구도 우려

나흘간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7일 베이징 조어대를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과 두 손을 맞잡고(왼쪽 사진), 오찬을 마친 김 위원장 부부가 떠나며 차에서 손을 흔들고(가운데 사진), 시 주석 부부가 이를 함께 바라보며 환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흘간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7일 베이징 조어대를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과 두 손을 맞잡고(왼쪽 사진), 오찬을 마친 김 위원장 부부가 떠나며 차에서 손을 흔들고(가운데 사진), 시 주석 부부가 이를 함께 바라보며 환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를 찌르는 파격 행보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28일 중국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깜짝 정상회담을 갖고 존재감을 과시했다. 국제사회의 이단아로 궁지에 몰리던 김 위원장이 중국을 핸들링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면서 우려하던 ‘북중러 대 한미일’ 간 대립구도가 재연될 판이다. 운전대를 잡은 문재인 대통령은 미일을 옆자리에 태우고 내심 북한까지 뒷자리에 앉혀 달려가려 했지만, 김 위원장이 차에 같이 시동을 걸며 레이싱을 하자고 도전장을 던지면서 양상이 복잡해졌다. 청와대와 외교안보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여 궁금증을 풀었다.

올해도 가을야구(가야)=26일 저녁 외신보도로 김정은의 중국 방문이 거론되면서 분위기가 돌변했지요. 당시 우왕좌왕하던 기억이 생생한데요.

광화문 문지기(문지기)=과거 김정일이 타던 ‘1호 열차’가 베이징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긴장감은 덜했죠. 중국통인 최룡해나 외무상 리용호가 또 중국을 갔나 보다 생각했죠. 김정은이 집권 후 북한 밖으로 나간 적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외신에서 김정은일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죠. 그땐 정말 카오스였습니다. 김정은이다, 김여정이다, 아니다 그냥 고위급이다 등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죠. 망원경을 들고 당장이라도 중국에 가서 확인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판문점 메아리(메아리)=1호 열차 움직임까지는 포착됐는데 그 안에 누가 탔는지는 확인이 필요한 첩보 수준이었죠. 찐빵 껍데기는 알겠는데 안에 콩이 들었는지, 팥이 들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김정은이라면 비행기를 타고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데다, 중국이 못마땅해 미국과 잘해보려던 참에 갑자기 중국이라뇨? 북중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낌새조차 채지 못했습니다.

가야=컨트롤타워인 청와대의 상황은 어땠나요.

가끔 낮술(낮술)=외신보도 직후부터 기자단과 청와대 사이에 밀당이 계속됐습니다. 청와대는 극도로 신중했습니다. 27일 오전 고위관계자가 춘추관을 찾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짧게 브리핑 한 게 전부였죠. 급기야 오후에는 “더 이상 말할 게 없다”면서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습니다.

가야=청와대와 국가정보원, 외교부가 김정은의 방중을 초기부터 알았을까요.

문지기=아닌 것 같아요. 정부 당국자 누구에게 물어봐도 되려 “혹시 누군지 나온 게 있나요?”라고 반문하곤 했습니다. 하루가 지나 27일 오후 들어 김정은이 맞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일부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김정은이 맞냐’고 똑같이 물었죠. 이런 ‘모르쇠’가 만약 연출된 거라면 정말이지 소름입니다.

낮술=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찾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겠죠. 다만 최고위급이 김정은이라는 사실은 청와대도 몰랐을 가능성이 큽니다. 청와대에서는 ‘김정은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김정은일 수도 있다’는 엇갈린 정보가 동시에 나왔으니까요.

가야=28일 오전 북중 양측이 김정은 방중을 공식발표하기까지 우리 관계당국은 왜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했던 건가요.

문지기=김정일 정권 때도 중국과의 비공개 회담은 최고 지도자가 북한으로 돌아온 후에 공개하곤 했습니다. 더구나 보안에 엄청난 신경을 쓰는 와중에 한국에서 먼저 공개해버리면 북한과 중국 입장에서 상당히 기분 나쁜 상황이었을 겁니다.

삼각지 미식가(미식가)=마지막까지도 확신을 갖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말 몰랐다는 것이죠. 여러 정황상 김정은 방중으로 내부 결론을 냈지만, 외부에 확인해줄 정도의 정보력은 없어 보였습니다.

낮술=김정은이 중국에서 테러라도 당하면 북한 체제에 위기가 오기 때문에, 방중 기간 정부가 알면서 모른 체 했을 가능성도 있어요.

메아리=그런 조건을 걸어 중국에서 우리에게 알려줬을 수도 있죠. 당사자들이 먼저 공개하지 않는 한 함구하는 게 외교적 관례니까요.

가야=방중 인사가 김여정일 가능성이 한때 부각됐는데요.

미식가=이미 남측을 방문해 보여준 메신저로서의 존재감이 확인됐죠. 또 북한 최고 지도자가 중국에 간다면, 사전에 특사를 파견하는 게 순서입니다. 김여정은 김정은의 분신이나 마찬가지니까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마음은 콩밭에(콩밭)=김정은이 직접 움직이면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몸값을 올리는 데 좋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우세했어요. 미국에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회담을 하자고 던진 상황에서 중국을 지렛대로 쓰려는 건 속이 뻔히 보이는 노림수니까요.

메아리=김정은 집권 이후 이미 사이가 틀어졌는데, 처지가 좀 곤란해졌다고 곧장 김정은이 나서서 중국에 손을 벌릴 거라고 생각하긴 힘들었죠. 김여정 정도면 최고의 성의표시라는 시각이 당국이나 전문가들 사이에 적지 않았습니다.

가야=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동행한 게 특이한데요.

미식가=정상국가 코스프레죠. 여느 국가 지도자와 다를 바 없는 부부동반 정상외교를 보여주고 싶은 겁니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과 리설주 모두 예술인 출신이란 공통점도 있죠.

메아리=김정은이 이달 초 우리 대북특사단에게 ‘이제는 지긋지긋한 고립을 벗어나 정상국가로 대우 받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친 적이 있어요. 김정은은 유년 시절 꽤 오랫동안 스위스에 유학하면서 북한을 다른 나라들처럼 운영해야겠다는 포부를 품었을 법합니다. 미국이 낙인을 찍어 ‘핵을 가진 깡패’로 다른 나라들이 생각하는 게 싫었겠지요.

가야=이로써 남북 정상이 한반도의 운전자로 맞붙는 J-J매치(문‘재’인-김‘정’은의 이름 가운데 영문 이니셜이 모두 ‘J’)가 본격화했는데요.

문지기=권투로 치면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으로 잽을 먹였는데, 김정은이 북중 정상회담으로 훅을 날린 셈이죠. 한국에 집중됐던 관심은 순식간에 북한과 김정은으로 쏠렸습니다. 평창올림픽 당시 시선을 끌었던 현송월과 김여정, 김영철에 이어 급기야 김정은이 등장하는 ‘서프라이즈 파티’에 전세계가 지난 한 달 넘게 북한에 눈을 뗄 수가 없는 긴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콩밭=한반도 정세의 변곡점을 만들고 있는 건 김정은 쪽입니다. 평창올림픽 참가, 김여정 특사 방남,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제안까지 판을 먼저 그려놓고 상대를 끌어들이는 모습이에요. 정부는 ‘판을 잘 깔아서 북한이 나온 것’이라고 판단할 공산이 크지만, 북측이 이미 계산을 끝내고 게임에 뛰어들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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