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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가 사는 세상] 펜 대신 마우스가 실용적... 컴퓨터가 '보물 1호'

입력
2018.03.31 10: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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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홍 프로듀서는 “불시에 편곡 부탁을 받는 일이 많아 연필로 작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권석홍 프로듀서는 “불시에 편곡 부탁을 받는 일이 많아 연필로 작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권석홍 프로듀서가 늘 지니고 다니는 노트북. 작지만 그 안의 내용은 알차다. 권석홍 프로듀서 제공
권석홍 프로듀서가 늘 지니고 다니는 노트북. 작지만 그 안의 내용은 알차다. 권석홍 프로듀서 제공

전자음악에 아날로그 감성을 더하는 권석홍 프로듀서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도구는 아이러니하게도 컴퓨터다. 스트링 편곡가 중 펜이나 연필로 작업을 하는 이들을 보면 멋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갑자기 일을 해야 할 때가 많아 실용성을 추구하기로 했다. 그는 피아노 건반 없이 마우스 하나로 음악을 그려간다.

2004년 처음 산 노트북은 3년을 사용했다. 그 노트북으로 작업한 결과물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 노트북으로 벌었던 수입을 헤아리며 ‘2억원짜리 노트북’이라는 별칭도 지어줬다. 지금은 이동 중 쓸 수 있는 노트북 2대와 데스크톱 컴퓨터 1대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작은 노트북을 들고 미국에 갔다가 3곡의 편곡을 동시에 의뢰 받아 애를 먹은 적이 있다. 그 중 다급하게 편곡을 요청한 이현승 프로듀서와의 작업을 잊지 못한다. 2박 3일 호텔에 갇혀 잠도 줄인 채 작업해 완성했지만, 여러 제약 때문에 정식 악보를 보낼 수가 없었다. “지금 연주 녹음에 들어가야 하는데, 악보가 없다”는 심상원(스트링 세션팀 융스트링 소속) 작곡가의 언성에 다급하게 PDF 파일을 전송했다.

권 프로듀서가 힘겹게 작업한 이 곡은 원래 남자가수의 곡이었으나 이내 가수 백지영에게로 돌아갔다. KBS2 드라마 ‘아이리스’의 OST로 쓰인 백지영의 ‘잊지말아요’는 발매 직후 각종 음원사이트 1위를 차지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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