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스캔들ㆍ재팬패싱 논란 극복에 대한 기대
한국ㆍ미국에 협력 구하고 있지만 성과 불투명
납치문제 진전 없이는 북한에 이용당할 우려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재팬 패싱’ 불식을 위해 북일 정상회담 개최를 모색하고 있으나 일본인 납치문제의 진전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오히려 큰 곤란에 처할 수 있는 딜레마에 빠졌다. 북일 정상회담 추진은 그간 최대한의 압박을 주장해 온 일본 대북외교를 급회전해야 하는 만큼 적지 않은 위험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 정세와 관련해 일본만 소외됐다는 지적과 함께 사학스캔들로 날로 내각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아베 정부 입장에선 정상회담 추진에 따른 분위기 반전의 기대감이 적지 않다. 아베 총리가 지난 2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ㆍ북ㆍ일 형식의 정상회담도 부인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29일 북일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일본의 대북 최대 현안은 일본인 납치문제와 일본을 사정권에 둔 미사일 문제다. 아베 정부는 이러한 의제가 방치되지 않도록 다음달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력을 구할 방침이다. 앞서 16일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해 주길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과는 위안부 합의 문제가 걸려 있고, 미국과는 대일 무역적자 문제가 걸려 있다는 점에서 한미가 일본의 요청에 협력해 줄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여기에다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과의 접촉에 나서면서 일본도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국내적으로도 사학스캔들로 내각 지지율이 급락하는 가운데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의 구심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아베 총리는 다음달 미국, 5월 러시아 방문 등 외교를 통해 만회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북한이 납치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한 직후 지지율이 급상승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일 정상회담 추진은 아베 정부의 ‘최대한의 압박’을 강조해 온 대북외교 정책을 급회전해야 하는 만큼 ‘금단의 열매’가 될 측면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밝혔다. 특히 북한이 납치문제를 부정하고 피해자 가족과 국내 여론이 반발할 경우엔 아베 정부가 더욱 궁지에 몰릴 수 있다. 북한이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 불투명한 가운데 오히려 ‘재팬 패싱’이라는 일본의 약점을 공략해 경제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때문에 성과를 담보하지 못한 채 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북한으로부터 돈만 요구 받는 결과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한편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이날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를 만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납치 피해자가 가족과 포옹하는 날까지 내 사명은 끝나지 않는다”며 “미일 정상회담에서 특히 납치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다시 설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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