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고교까지 교육 확대… 체계 완비
과거사 갈등 이어 양국 또 악재
과거사 갈등으로 위태한 한일관계가 다시 악재를 만났다. 우리 정부의 경고에도 일본 정부가 도발적인 영토 왜곡 교육 강화를 밀어붙이면서다. 규탄 성명을 내고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30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했다. 이날 일본 정부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가르치도록 의무화하는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을 확정한 일에 항의하고 즉각 철회를 요구한다는 우리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관계 부처들이 대변인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담은 고교 학습지도요령을 최종 확정한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독도는 일제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강점 당한 명백한 우리의 영토”라며 “정부는 이에 대한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해나갈 것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도 “일본의 고시는 역사를 왜곡하고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을 침해하며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상생 노력에 역행하는 처사이기에 묵과할 수 없다”며 “한반도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부정하고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하려는 억지 주장을 규탄하고 학습지도요령의 즉각 시정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도 가세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성명을 내 “학습지도요령은 대한민국 독도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라며 “일본은 터무니없는 영토 침탈 망동을 중단하고 학습지도요령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격렬한 반응은 끊임없는 일본의 ‘독도 도발’ 때문이다. 이날 일본 정부는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고교생들에게 가르치도록 하는 학습지도요령을 관보에 고시했다. 소학교와 중학교의 학습지도요령은 이미 지난해 3월 같은 식으로 개정됐다. 학교 수업 및 교과서 집필, 검정의 지침으로 활용되는 학습지도요령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초ㆍ중ㆍ고교에 걸쳐 영토 왜곡 교육을 지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의견 수렴 목적으로 지난달 14일 개정안 초안이 공개됐을 때 강하게 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가 정당하게 주장하는 입장을 이해하는 건 주권국가의 공교육에서는 당연하다”며 반대 의견들을 최종 고시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2008년 이후 학습지도요령의 하위 개념인 지도요령 해설서 및 교과서 검정을 통해 독도 영유권 교육을 강화해 왔다. 10년에 걸쳐 추진돼 온 일본의 초ㆍ중ㆍ고교 대상 영토 왜곡 교육 체제가 이번 고시로 완비됐다는 평가다.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단 지난해 말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결과 발표로 악화한 한일관계가 다시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일 간 영유권 분쟁 대상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까지 건드려놓은 만큼 중국과의 갈등 고조도 불가피하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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