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호대상 아니라
권리 누려야 할 주체
아이들 제안에 예산편성도
“지자체부터 아이 존중 고민을”
“이제는 미래세대 주역인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만들고 공유해야 할 때입니다.”
곽상욱 경기 오산시장은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추진 지방정부협의회 회장이다. 그는 김상곤 교육부총리가 경기도교육감일 당시 혁신교육정책을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 작업을 같이하다 아동친화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내친김에 지난해 5월 경기지역 최초이자, 국내 8번째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CFCㆍUnicef Child Friendly Cities) 인증을 받았다. 1989년 유엔이 채택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의 권리가 보장되는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선포한 것이다.
29일 오산시청에서 만난 곽 시장은 “아이들이 단지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들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 2014년부터 다양한 정책을 착실히 추진해온 성과”라며 웃었다. 오산시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인증을 위해 2015년 8월 아동친화도시추진 지방정부협의회(APCFC)에 가입했다. 같은 해 11월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공포하고, 이듬해에는 시청 내에 ‘아동친화팀’을 만들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곽 시장은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9월에는 제3대 APCFC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곽 시장은 “APCFC 가입과 활동은 아동 등 사회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뜻이자 의지”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APCFC에 가입한 지방자치단체는 오산시를 비롯해 55곳에 이르고, CFC인증을 받은 곳은 이중 26곳이다. 곽 시장은 “APCFC 인증을 받는다고 해서 아동을 위한 ‘집 짓기’를 끝냈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정부정책 결정과정에서 아동이 배제되지 않는 사회변화를 이끌려는 첫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산시 역시 공용놀이터 개발 등에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 아동친화 정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여성 등 소수자를 배려하는 성인지 예산이나 주민참여예산제도가 뿌리내리고 있는 것처럼 살림살이를 구상할 때부터 아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오산시는 초ㆍ중ㆍ고등학생 164명으로 구성된 어린이ㆍ청소년의회의 제안을 받아 이달 초 예산 3,000만원을 추가 편성했다. 시청광장을 활용, 눈높이에 맞는 놀이터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수용했다. 곽 시장은 “제도권이 아이들의 자발적인 요청으로 예산을 편성하기는 아마 전국에서 처음일 것”이라며 “놀이터 설계 등 세부적인 아이디어도 아이들에게 맡길 참”이라고 웃었다. 오산시가 아동친화도시 정책을 펼치는 든든한 버팀목은 30, 40대 학부모의 후원과 지지 때문이다. 곽 시장은 “지역사회가 함께 교육을 책임지는 혁신교육의 의미, 취지 등과 맞닿아 엄마들이 아동친화정책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행복해야 어른이 행복하다는 공감대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곽 시장은 지난해 들어선 새 정부 시책에도 아동친화정책이 스며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오는 11월 예정된 APCFC 총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 부총리 등을 초청해 함께 토론도 벌일 방침이다. 곽 시장은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기능 등 아동친화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에 문 대통령도 적극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방정부와 국가가 협력해 다양한 아동친화정책이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곽 시장은 “지방자치단체장부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존중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 자체가 큰 변화라고 본다”며 “곳곳에 녹아 드는 아동친화정책을 공유할 수 있도록, 관심을 유도하고 확산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산=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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