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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오토칼럼] “자율주행”이라는 단어가 심어 준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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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오토칼럼] “자율주행”이라는 단어가 심어 준 환상

입력
2018.03.3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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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vegeus-avya-shu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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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미래로 통하는 마법 같은 단어로 사용되고 있고, 자율주행기술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요소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버의 자율주행 시험차가 무단횡단 하는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회의론이 급속히 대두되고 있고,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자동화”는 인간이 하던 행위를 기계가 스스로 대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화는 특정한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외부 요인들을 통제 가능한 변수로 유형화 할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자율주행 기술도 자동화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결국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 되려면 “운전”이라는 행위 중 발생하는 다양한 외부 요인들을 통제 가능한 변수들로 유형화 할 수 있어야 한다.

Volkswagen Studie I.D. VIZZION
Volkswagen Studie I.D. VIZZION

그런데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신호등이나 제한속도, 차선, 정지선 등과 같이 일정한 유형화가 가능한 변수들이 있는 반면에, 보행자, 이륜차, 인간이 운전하는 다른 자동차, 기상의 변화 등과 같이 그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도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을 모두 유형화하여 통제 가능한 변수들로 전환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인간의 개입이나 감독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한 형태의 자율주행도 가능할 수 있게 된다.

통상적으로 “자율주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람이 운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더라도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 정도 수준의 자율주행자동차는 자율주행단계 분류 기준 중 최종 단계인 레벨5 정도가 되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되었거나 가까운 미래에 개발될 기술 수준은 운전자의 감독 하에 제한적인 환경에서만 운전을 보조하는 수준인 레벨 2~3 정도에 불과하고, 이는 “자율주행”이 아니라 “능동적 주행보조장치”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

When a V2V-equipped vehicle ahead is detected to be braking hard
When a V2V-equipped vehicle ahead is detected to be braking hard

즉,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실현 가능한 자율주행의 형태는 특정한 환경 하에서 운전을 제한적으로 보조하는 정도에 그침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을 하는 것을 암시하는 “자율주행”이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됨으로써 대중으로 하여금 제한적인 자율주행 기능에 대해서도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을 해 준다는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

최근 발생한 우버 자율주행 시험차 사고 영상을 보면, 운전석에 앉아 있던 우버 직원이 사고 직전까지도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전방이 아닌 아래쪽을 내려다 보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는데, 그 우버 직원도 “자율주행”이라는 단어의 환상에 빠져 운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자동차에게 운전을 모두 맡겨두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auto-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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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레벨5 단계 이전의 자동차에 대해 “자율주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 기능이 가지는 편의성을 극적으로 표현하는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운전자의 주의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고, 우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는 곧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bmw-fully-automated-parking-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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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사람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수준이 아닌 이상, “자율주행”이나 “반자율주행”이라는 명칭은 그 기능을 정확히 표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러한 단어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거나 특히 해당 기술의 홍보를 위해 사용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운전자들도 “능동적 주행보조장치”가 자동차의 운전을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 “자율주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일보 모클팀 - 강상구 객원기자(법무법인 제하 변호사)

 

* 강상구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을거쳐 현재 법무법인 제하의 구성원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자동차 관련 다수의 기업자문 및 소송과 자동차부품 기업 로버트보쉬코리아에서의 파견 근무 경험 등을 통해 축적한 자동차 산업에 관한 폭넓은 법률실무 경험과,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얻게 된 자동차에 대한 기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강변오토칼럼]을 통해 자동차에 관한 법률문제 및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분석과 법률 해석 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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