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환경 파워트레인의 추세는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쪽으로 축이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선두주자로서 프리우스를 시작으로 렉서스 LS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탑재하고 있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 프라임을 시승했다.
오늘날 자동차는 이동수단으로서 생활필수품이라는 인식과 동시에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병존하고 있고, 21세기 들어 자동차 업체들의 최대 이슈는 배출가스와 관련한 각국의 규제를 어떻게 합리적인 비용으로 충족할 수 있을 것인지에 쏠려 있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대기오염에 관한 각국의 관심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일본 업체들은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 조합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유럽 업체들은 디젤 엔진으로 해법을 모색해 왔다. 그 당시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이 주요 과제였으므로 디젤 엔진을 선택한 유럽 업체들이 승기를 잡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부각되자, 미세먼지 생성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질소산화물에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일부 브랜드가 질소산화물 배출저감장치의 작동 조건을 조작하여 인증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밝혀진 일명 디젤게이트로 인해 각국에서 디젤 엔진의 질소산화물 배출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과거에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주는 이질감과 배터리 탑재로 인한 공간활용성의 제약, 비용적인 부담 등으로 인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인기가 높지 않았지만, 디젤게이트가 불거진 후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친환경성이 재조명되고 있고, 기존에 단점으로 지적되던 부분들도 상당 부분 개선을 이루어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 중에서도 친환경차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프리우스” 뱃지를 단 프리우스 프라임. “친환경차는 재미없는 차”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큰 기대 없이 시승에 나섰다.
Design – Exterior
프리우스는 4세대로 넘어오면서 좋게 표현하면 미래지향적, 솔직하게 표현하면 그로테스크한 모습이어서 아무리 연비를 중요시하는 운전자라도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렵게 만드는 디자인이었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4세대 프리우스의 디자인 언어가 곳곳에서 묻어나긴 하지만 상당히 순화된 형태로 녹아 들어가 있어 첫인상에서 주는 거부감은 훨씬 덜하다.
전면부에서는 사각 얼음을 박아 넣은 것과 같은 형태의 LED 헤드램프와 범퍼 양 끝단으로 길쭉하게 밀어 넣은 방향지시등이 강렬한 인상을 주고, 렉서스의 스핀들그릴과 유사한 형태로 검게 처리된 라디에이터 그릴부가 왠지 모를 강인한 인상을 준다. 그러면서도 그릴 가운데 자리한 파란색 바탕의 토요타 엠블럼으로 이 차가 친환경차임을 드러내고 있다.
후면부로 넘어오면 마치 자가토의 더블-버블 루프와 같은 형태로 조형된 뒷유리창이 인상적인데, 공기역학적인 요소와 디자인적인 요소가 절묘하게 조화된 디자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 형태만 보더라도 뒷유리 값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게다가 이 차의 테일게이트는 전체가 카본파이버로 제작되어 있어 테일게이트 부품값이 웬만한 차 한 대 값은 족히 될 것이다. 전방에 프리우스 프라임이 보인다면 최대한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달릴 것을 권한다.
Design – Interior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오면 블랙&화이트 톤을 바탕으로 친환경차임을 암시하듯 메탈릭 블루 톤의 포인트로 치장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실내 디자인은 4세대 프리우스와 큰 차이를 느끼기는 어려운데, 화이트 톤의 색상으로 인해 좀 더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효과는 있다.
그런데 시트 방석까지 흰색이라 조금만 지나도 때가 타서 지저분해 지지는 않을까라는 우려가 교차하지만, 인조가죽 재질이라 천연가죽에 비해서는 클리닝이 쉬울 것으로 보인다. 아마 토요타에서도 실내 색상을 조합할 때 그런 점도 고려하긴 했을 테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테고, 실제로도 시승차의 주행거리가 1만km를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오염에는 제법 강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내는 가오리 형태의 블랙-하이글로시 패널을 중심으로 매우 간결하게 디자인되어 있고, 4세대 프리우스와 마찬가지로 센터페시아 상단 가운데 위치한 계기판이 독특한 인상을 안겨준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해외 모델에 적용된 세로로 긴 형태의 11.6인치 모니터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4천만원 후반에 달하는 가격을 생각한다면 향후 연식 변경 등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내비게이션은 아틀란 맵이 적용되어 있는데 지도의 시인성이나 길안내의 정확도, 차량 내부 시스템과의 연동성 등에서 불편한 점을 찾기 힘들었고, 과거 수입차에 장착되던 내비게이션과는 비교 불가능일 정도로 완성도가 좋다. 다만, 오디오 시스템과 내비게이션을 선택하는 버튼이 LCD창 양 끝단 배젤부에 나뉘어져 있는데, 터치식으로 되어 있어 조작감이 불분명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대시보드 정중앙에 위치한 계기판은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운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는 운전석 전방에 비치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통해 얻을 수 있는데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닿는 곳에 계기판이 위치해 있으므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쉽게 익숙해진다.
실내에서 인상적이었던 점 중 하나는 송풍구 레버에 음각으로 “PRIUS”라는 글자를 새겨 둔 것인데, 이는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들에서 주로 사용하는 수법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프리우스”를 친환경 브랜드로 키우고자 하는 토요타의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뒷좌석 공간은 차체 크기에서 예상할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공간으로,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이다. 뒷좌석은 가운데가 분리된 4인승 구조로 되어 있고 가운데에는 암레스트 역할을 하는 패드와 컵홀더가 자리해 있다. 그런데 암레스트의 높이가 많이 낮아서 팔을 올렸을 때 암레스트 쪽으로 체중이 쏠리는 형태가 되므로 활용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컵홀더는 앞좌석의 센터터널과 동일한 재질로 되어 있는데, 사진상으로는 흰색으로 보이지만 펄이 두껍게 들어가 있어 실제로 보면 은은한 고급스러움이 느껴지고, 두껍게 코팅되어 있어 흰색임에도 오염을 쉽게 닦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테일게이트는 카본파이버 재질로 되어 있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가볍게 열리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만 아이오닉을 비롯한 다른 친환경 전용 플랫폼 차량과 마찬가지로 테일게이트에서 상단과 하단의 유리창이 나뉘어 있고 그 가운데 스포일러 역할을 하는 핀이 자리하고 있어서 운전석에서 보는 후방 시야가 좋지는 않다.
트렁크 공간은 앞뒤와 좌우는 차체 사이즈 대비 부족하다고 보기 어려운 정도이지만 배터리로 인해 바닥이 올라와 있어 절대적인 공간은 넉넉한 편은 아니다. 다만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들처럼 배터리의 한 쪽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형태는 아니어서 공간 활용성 측면에서는 많이 개선된 모습이다.
Ride & Handling
실내•외 디자인은 이 정도로 살펴보고 본격적으로 시승에 나섰다. 친환경차의 대명사처럼 각인되어 있는 “프리우스” 뱃지를 단 프리우스 프라임을 처음 대할 때는 친환경성, 즉 연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시승을 시작했지만 주차장을 빠져나가면서 이 차는 단지 연비로만 접근할 차는 아니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좁은 주차장을 빠져나가면서 느껴진 스티어링휠의 조향 감각은 마치 4륜조향시스템(4WS)이 장착된 차와 비슷하게 느껴졌는데, 앞머리가 스티어링휠의 움직임에 따라 기민하게 반응하는 동시에 뒷바퀴가 적극적으로 따라오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일반적인 승용차 대비 다소 작은 직경의 운전대는 운전자의 의도를 앞바퀴에 보다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이 녀석을 데리고 주행을 이어 나갈수록 코너링에서의 운동성이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연비 위주로 테스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접고 굽이진 산길로 차를 몰았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외부 충전기나 220V 콘센트에 연결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배터리가 100% 충전되어 있을 경우 약 40km 정도까지 엔진 구동 없이도 주행이 가능하고 시속 135km까지도 배터리와 전기모터의 힘만으로 달릴 수 있다고 한다.
배터리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여느 하이브리드차와 마찬가지로 출발 시에는 초반 토크가 높은 전기 모터가 바퀴를 구동해서 빠른 가속을 이끌어내고, 이후 큰 힘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가속 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으면 바로 엔진이 구동된다.
E-CVT라고 불리는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전용 변속기는 기존 CVT와는 구조가 전혀 다른데, 통상적인 CVT는 두 개의 풀리 사이에 위치한 구동벨트의 위치를 조절함으로써 기어비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 반면에 E-CVT는 동력분할기구(PSD: Power Split Device)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모터와 발전기, 엔진에서 나오는 각 출력 축에 연결된 톱니바퀴들이 PSD에서 결합되고 PSD가 구동축으로 출력을 전달하는 형태이다. 따라서 별도의 변속 단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엔진이 작동될 때의 움직임은 기존 CVT 와 거의 유사하다.
즉, 엔진이 구동될 때는 CVT의 특성과 마찬가지로 rpm이 고정된 상태로 속도만 올라가는 형태의 가속 특성을 보이는데, 이와 같은 CVT 특유의 가속감은 효율성 측면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실제 주행에서는 특히 시속 60~80km의 중속 영역에서 가속이 단조롭게 느껴지게 하는 요소이다.
다만 프리우스 프라임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답게 계기판 표시 기준으로 배터리 잔량이 1/4 이상일 경우 엔진의 도움 없이 전기 모터만 사용하는 EV모드로만 주행할 수도 있는데, 시승차를 수령했을 당시 배터리의 용량이 1/4 정도밖에 남지 않은 관계로 EV모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볼 수는 없었지만, 내리막이 길게 이어지는 산길에서 배터리 충전 모드인 B모드에 놓고 내리막 주행을 이어가자 EV모드를 체험해 볼 수 있을 정도의 배터리는 충전되었다.
EV 모드에서는 여느 배터리 전기차와 동일하게 강력한 초반 토크를 바탕으로 차체를 가열차게 밀어붙이는 가속 특성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가속 특성은 R값이 작은 저속 코너에서 중심점(CP)을 지나 코너를 탈출할 때 빛을 발한다. 즉, 코너 진입과 탈출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슬로우-인 패스트-아웃 중 패스트 아웃에서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빠른 탈출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회생제동시스템 덕분에 슬로우-인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감속이 이루어져 특히 저속 코너링에서의 재미를 한껏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4세대 프리우스부터 적용된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 플랫폼의 특징인 낮은 무게 중심도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코너로 차를 밀어 넣을 때 네 바퀴에 걸리는 하중의 흐트러짐이 적고 각 타이어의 접지력을 알뜰하게 끌어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195/65/15 사이즈의 브리지스톤 에코피아 EP422 Plus 친환경 타이어의 접지력이 크게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여기에다 뒷바퀴 위쪽으로 낮고 넓게 위치한 배터리가 뒷바퀴를 눌러주는 덕분에 코너의 진입과 탈출 시에도 여느 전륜구동 차량들과 달리 뒷바퀴의 움직임이 매우 안정적이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티어링휠에 반응하는 앞바퀴의 움직임이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코너 진입시에 앞머리가 적극적으로 코너의 중심점(CP)을 향해 파고 드는 특성을 보이므로 운전자에게 자신의 의도대로 차가 움직여 준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그런데 더욱 의외인 점은 이처럼 코너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서스펜션의 반응 자체는 무조건 딱딱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유연함과 단단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노면의 큰 요철에서는 통통 튀는 반응을 보이긴 하지만, 충격이 들어오고 나가는 느낌은 매우 세련된 모습인데, 제원표를 찾아보니 전륜과 후륜 모두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구조가 채용되어 있다. 토요타에서 이 차를 개발할 때 단지 “친환경성”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님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규정속도의 제약과 마주 오는 차량들 때문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일반도로에서 굽이진 길을 이 정도로 재미있게 운전해 나갈 수 있는데, 속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서킷으로 이 차를 가지고 가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무척 궁금해진다. 아무래도 고속 코너링이 이어지는 서킷에서는 타이어 접지력의 한계와 120마력에 불과한 출력의 한계가 뚜렷이 느껴지겠지만 적어도 코너에서의 움직임만큼은 서킷에서도 아쉽지 않을 것 같다.
Verdict
심리학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기대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큰 희열과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프리우스 프라임 역시 “프리우스”라는 이름이 주는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여서 운전의 재미가 더욱 배가되었다.
물론 연비 위주의 친환경차라는 특성을 감안한 것이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승용차와 비교하더라도 프리우스 프라임이 코너에서 보여 준 움직임과 EV 모드에서의 가속감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그래서 앞으로 출시될 TNGA 플랫폼 기반의 스포츠 성향 모델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 지 무척 기대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수입차 시장은 독일차가 거의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느끼는 피로감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토요타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한일 관계가 갖는 근본적인 숙제는 토요타가 한국 시장에서 성장하는데 있어 넘어야 할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할 수 있고, 이를 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등 브랜드 이미지 재고를 위한 전략적인 방향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대비 전반적으로 높게 책정된 가격과 차값 대비 더 높게 책정된 부품값의 장벽 또한 허물 필요가 있다.
한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일상에서는 전기차로, 장거리 주행에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배터리 전기차의 단점을 극복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충전기용 충전카드 발급 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항목을 선택 조차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점, 친환경차에 관련된 각종 지원 정책들이 배터리 자동차에 치중되어 있는 점 등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보급에 매우 큰 장애물이라는 점에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 관련 정책 당국의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일보 모클팀 – 강상구 객원기자(법무법인 제하 변호사)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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