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들 뒷골목서 무단 투기
지자체 단속에도 별 효과 없어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보신각 뒤편)에 있는 학원건물 청소용역업체 직원 이모(57)씨는 매일 아침 7시마다 ‘꽁초와 전쟁’을 벌인다. 건물 뒤 골목이 ‘암묵적 흡연구역’이 되면서, 밤사이 학원생과 술집 손님들이 담배를 피운 뒤 버리고 간 꽁초가 바닥에 수없이 널브러져 있기 때문. 이씨는 28일 “밤낮없는 꽁초 투기에 같은 곳을 하루 5, 6차례 쓸고 일주일에 한 번씩 물청소를 하길 수년째”라며 “흡연은 자유라지만, 꽁초 투기는 엄연한 불법행위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종로 등 도심 곳곳 골목이 담배꽁초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애연가들이 골목길에 모여 담배를 피운 뒤 그 자리에 꽁초를 버리고 가면서다. 피해는 고스란히 청소용역업체 직원과 시민 몫. 청소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담뱃불을 골목 바닥이나 건물 외벽에 비벼 끄는 이들이 많아 청소 때마다 고역”이라고 하소연한다. 상인 이모(44)씨는 “건물 위층에서 던진 꽁초가 눈 앞에 떨어진 적도 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전하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 단속도 별다른 효과가 없는 모습이다. 종로구에 따르면, 담배꽁초 무단 투기는 단속건수 집계를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만 건을 넘어서고 있다. 2014년 1만4,117건이던 단속건수가 이듬해 1만620건으로 줄었지만, 이후 2016년 1만4,451건, 2017년 1만2,055건으로 다시 늘었다. 3년 차 단속원 김모씨는 “몇 년째 단속을 해도 무단 투기가 줄지 않는다”라며 “(꽁초) 버리는 걸 목격하고 쫓아가도 ‘안 버렸다’고 발뺌하며 전력질주로 도망치거나 ‘처음이니 한 번만 봐 달라’고 읍소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우려되는 건 담뱃불로 인한 화재 위험. 담뱃불 발화 추정 화재는 종로 일대만 매년 50건 안팎으로, 최근 5년간 총 280건 발생했다는 게 종로소방서 얘기다. 소방 관계자는 “(꽁초를) 지정된 곳에만 버려도 생기지 않았을 화재”라고 했다.
애연가들은 흡연구역을 늘리면 갈등이 줄어들 거라고 주장한다. 최덕진(51)씨는 “흡연구역이 없으니 골목으로 모이는 것 아니냐”라며 “거리에 흡연부스나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을 확충하면 흡연자 비흡연자 간 갈등도 줄고, 청소 노동자와 단속원도 편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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