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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패싱은 없다… 역사적 시기 분명한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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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패싱은 없다… 역사적 시기 분명한 역할”

입력
2018.03.30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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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베트남서 유감 표명

여러 레벨에서 상의 끝에 결정

진정성 담아 상황 정리 잘한 발언

#순방기간에 북중 정상회담

한반도 문제에 중국 중요한 역할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빨리 개입

#한일 위안부 합의 후속 대응은

日 정부 진정성 있는 조치 필요

북핵ㆍ경제와 별개로 국제 이슈화

#외교부 혁신 강경화표 플랜은

부처 가장 큰 병폐는 순혈 조직

온정주의ㆍ편중 인사 타파할 것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29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장관 접견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29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장관 접견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제가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됐습니다. 사실 (적응하려는) 노력도 안 하고 있습니다. 요즘 출장이 워낙 많아서요. 말을 더듬더라도 양해해 주세요.”

스위스, 싱가포르, 베트남, 미국, 벨기에, 다시 베트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최근 한 달 사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다녀간 나라들이다. 북핵 협상의 국면에서 그는 국경을 넘나들며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29일 본보 인터뷰도 문재인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고 귀국한 지 하루 뒤에 가졌다. 인터뷰 직후에도 캐나다 대사와 오찬을 가진다며 서둘러 떠났고, 다음날에는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 면담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도 외교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식의 세간의 평가가 몹시 서운했던 것 같다. 그는 ‘패싱’이라는 표현은 사실과도 맞지 않거니와 어느 부처가 더 두드러지는지는 한반도 해빙과 비핵화 프로세스가 재개되는 역사적인 전기에 어울리지 않고 중요한 쟁점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접견실에서 약 1시간 동안 이뤄졌다.

_베트남ㆍUAE 출장의 성과는.

“베트남은 문재인 정부 신남방 정책의 핵심 파트너 국가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과 하는 교역의 거의 반을 베트남이 차지하고 있다. 올해가 신남방 정책의 원년인 만큼 상징적 의미가 있다. 실질적인 성과도 있었다. 경제 협력의 확대를 위한 제도적인 틀을 많이 만들어냈다.”

_비(非)경제 분야에서는.

“남방 정책의 큰 축 중 하나는 사람이고, 베트남과의 관계에선 다문화 가정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새 가정을 마련해 살고 있는 베트남 신부들과 가족들에 대한 우리 정부 지원을 이번 기회에 더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혼 뒤 돌아간 베트남 여성들의 아이들을 현지에서 지원하는 구체적 조치가 마련된 것도 성과다.”

_문 대통령이 베트남 과거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베트남과 우리의 과거사는 참전이다. 베트남은 내전의 역사가 기본이고 내전 뒤 나라를 다시 다져가는 베트남 정부의 입장이 있는 거다. 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이런 상황을 잘 정리한, 진정성이 담긴 발언이었고, 여러 레벨에서 논의한 끝에 결정한 것이다. 베트남 주석도 진정성을 평가했다.”

_한ㆍUAE의 관계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어떤 정상 간 만남보다 진솔하고 포괄적이고 뜻이 통하는 만남이 이뤄졌다. 공식 회담뿐 아니라 여러 친목 행사를 통해서다. 한국 원자력발전 기술이, 가령 사우디아라비아나 다른 나라에 진출하는 데 UAE가 적극 돕겠다고 왕세제가 약속했다.”

_원전 수주 대가로 체결된 군사협정을 수정ㆍ보완한다고 했었다. 진척이 있나.

“여러 협의체를 만들었다. 국방ㆍ외교 ‘2+2’는 차관급이고, 외교장관 간 전략적 대화를 통해 정무적인 방위산업ㆍ국방 이슈들을 논의해나갈 거다. 한ㆍUAE 간 신뢰 복원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칼둔 행정청장 간 라인도 계속 가동된다.”

_UAE 유사시 자동개입 조항은 바뀌나.

“이번 순방에선 정상 차원의 큰 그림이 그려졌고, 세부 사항은 실무 협의 채널에서 논의가 될 거다.”

_문 대통령 순방 기간 중 북중 정상회담이 전격 성사됐다.

“비핵화는 중국이 우리와 공유하는 목표다. 이번 중북 정상회담에서도 이게 명시적으로 언급됐다. 또 이걸 평화적으로 해결한다고 하는 데에도 입장이 같다. 이 목적 달성을 위해 중국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어서 큰 방향이 같다. 중국도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요한 당사국이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정상 차원 대화가 유용하다고 판단했을 것 같다. 중북 사이 대화가 앞으로의 남북,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이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_북핵 6자회담을 주도하던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화가 오나.

“한반도 문제 해결에 중국이 언젠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적극적으로 빨리 개입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에 양제츠 위원의 방한이 중요하다.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중국도 공감을 하고 있을 거다. 우리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 정착에 중국의 긍정적 역할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_신흥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 패권 국가의 견제로 전쟁이 일어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 가설이 요즘 부쩍 많이 거론된다. 미중 간 얘기다. 우리 외교 원칙은 무엇인가.

“통상 문제에 있어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을 중요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서도 드라이브를 거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북핵 문제는 핵심적인 이익을 (양국이) 같이하고 있다고 본다. 미국과 중국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우리가 양자관계뿐 아니라 다자 틀에서도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도 위상이 커졌다. 중견국으로서 우리가 갖고 있는 신뢰 등을 십분 이용해 지역 정세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필요가 있다.”

_북한이 비핵화 반대급부로 요구하는 게 체제 안전 보장인데 구체적으로 뭔지는 말이 없다.

“남북회담에서도 비핵화가 굉장히 중요한 의제로 논의된다. 북미회담에서는 그야말로 핵 문제에 있어 실질적 큰 진전이 있을 수 있도록 우리와 미국이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

29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인 강경화 장관. 류효진 기자
29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인 강경화 장관. 류효진 기자

_대화 국면에서 정보당국 채널이 외교 채널을 압도한다는 평가가 있다.

“외교부 패싱 얘기도 있고 한데, 역사적인 전기를 마련하는 데 있어서는 전 부처의 역량이 충분히 활용돼야 한다. 역할 분담도 있을 수 있다. 외교부는 외교부가 갖고 있는 북핵 관련 협상 노하우를 활용하면서 나름대로 일본이나 미국, 중국과 계속 협의를 해나가면 된다. 적정 시기에 외교부가 역할을 하는 시기가 분명 올 거다. ‘누구는 패싱이고 누군 아니고’가 역사적 그림을 만들어 나가는 데 핵심 이슈는 아닌 것 같다.”

_청와대 국가안보실이나 국가정보원과 소통은 잘 이뤄지나.

“정의용 안보실장은 외교부 대선배고 경험도 풍부하다. 이번에 대화 모멘텀(동력)을 끌어내는 데에도 핵심적 역할을 했다. 외교부는 안보실을 충분히 지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장끼리의) 직접 소통이 잦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안보실과 외교부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서훈 국정원장과도 마찬가지다. 매일 서로 만나 협의하진 않지만 소통은 잘 되고 있다.”

_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이 맡은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 판단이다. (2차 정상회담이 열린) 2007년 당시 경험이 바탕이 된 것 같다. 대통령 판단을 존중한다.”

_위안부 합의 검증 후속 조치는 어떻게 되고 있나.

“피해자와 국내 단체가 합의 때문에 실망을 많이 한 상황에서 합의가 해결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정부 간 합의를 깨거나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하긴 어렵다. 다만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진정성 있는 추가 조치를 하면 우리는 환영할 것’이라는 게 대일 메시지다. 국제사회의 인권 이슈로 위안부 문제가 자리매김하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려 한다. 북핵이나 경제 협력 상 문제는 별개다. 병행 기조다. 특히 올해가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가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발표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실질적 진전을 볼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하려 한다.”

_외교부를 어떻게 바꾸고 싶다는, 말하자면 강경화표 플랜이 있나.

“재임 중 외교부가 우리 국격에 맞는 능력과 조직 체계를 갖도록 초석은 다져놔야겠다는 생각은 한다. 혁신을 시작하며 자체 진단을 해보니 외교부의 가장 큰 병폐가 순혈 조직이라는 거였다. 그래서 순혈주의와 온정주의, 특정 부서 편중 인사 이런 것들을 타파하려 했다. 그 다음이 외교 역량 확충이다. 지금 우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외교부 규모의 반밖에 안 된다. 아세안, 인도를 대상으로 한 신남방 정책을 펴려 해도 지금 외교부 조직 역량으로는 어렵다.”

_외교부 존재감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는 자조도 들린다.

“‘외교부 패싱’이라는 말이 문제인 것 같다. ‘차이나 패싱’이라는 말이 유행하다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되자 사라졌다. 국가적 과업을 하는 데 범정부가 움직이는 게 당연하고 상황과 과제에 따라 특정 부서가 더 활발하고 두드러질 수 있다. 그렇다고 나머지 부서가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다. 외교부도 보유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남북, 북미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고 패싱이라 하는데 국민들에도,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_역사가 바뀌고 있다. 어떤 유산을 남기고 싶나.

“레거시(유산)는 퇴임 뒤에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는 거다. 아시겠지만 대통령이 저를 불러준다는 예상을 못했다. 나름대로 역량을 발휘해 일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에 대한 합당한 평가를 훗날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터뷰=김영화 정치부장 yaaho@hankookilbo.com

정리=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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