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인천 부평구 산곡3동 한 주택가 골목길 회색 벽에는 초록 페인트가 칠해졌다. 버스정류장에서 동네 어귀까지 여성과 아이들이 안심하고 걸어 다닐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부평구가 추진하고 있는 ‘여성이 편안한 발걸음 500보’ 사업 일환이었다.
부평구는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 보통 500걸음이면 닿는다는 점에 착안해 2013년 청천1동을 시작으로 매년 1개 동씩 선정해 500보 사업을 펼치고 있다. 벽화 그리기 외에도 방범용 폐쇄회로(CC)TV를 달거나 화분을 가꾸고 주민 쉼터를 만들고 있는데, 주민들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부평구가 여성친화도시로 자리잡고 있다. 부평구는 2010년 ‘더불어 사는 따뜻한 부평’이라는 캐치프레이즈(구호)를 내걸고 여성친화도시 조성사업에 착수했다. 구 관계자는 “노인과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 비율이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상위권을 차지하고 전체 예산 67%가 사회복지에 쓰이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나온 아이디어”라며 “여성의 성장과 안전이 보장되고 사회적 약자가 배려 받는 ‘누구라도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부평구는 2011년 9월 ‘여성친화도시조성 기본 조례’를 만든 데 이어 2012년 1월 인천시 최초로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로 지정을 받았다. 같은 해 ‘성 평등 기본 조례’를 만들고 성평등위원회를 운영했으며 2013년부터는 매년 1억원씩 성 평등 기금을 마련해 성 평등 추진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
또 ‘평온(함께 돌보는 도시)’ ‘평등(나누고 참여하는 도시)’ ‘평안(안전하고 쾌적한 도시)’이라는 ‘3평 도시’를 목표로 모든 정책 수립 과정에 성별영향분석평가 등을 도입해 사업성과 혜택이 성별 상관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2014년에는 성 평등, 성폭력 업무 등을 전담하기 위해 신설한 여성정책팀을 성평등정책팀으로 업그레이드한 뒤 성 평등 정책 토론회 개최, 공무원 성 인지 의식조사 실시 등도 벌였다.
여성 인권 신장과 사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2013년 ‘풀뿌리 여성센터’가 문을 열었고 현재까지 성 평등과 성 인지 교육, 지역 여성들의 네트워크 구축, 여성 리더십 향상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풀뿌리 여성센터는 지난해부터 ‘초보 부모를 위한 육아활동가 지원사업’을 추진해 경력단절 여성 일자리 창출과 중ㆍ장년 여성 사회참여 기회 확대, 고령화ㆍ핵가족화에 따른 육아문제 해소, 아이 키우기 행복한 환경을 조성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이 사업은 50~60대 경력단절 여성들을 육아활동가로 양성해 가정에 파견해 돌봄을 지원하는 방식이며 현재 215가정이 혜택을 보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부평안심귀가애플리케이션 설치 서비스는 현재 1,282명이 이용 중이며 혼자 사는 여성을 위한 안심 택배 보관함은 청천2동주민센터 등 4곳에 설치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구 관계자는 “부평구와 관련한 각종 위원회에서 여성위원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 2011년 43.2%였던 참여율이 지난해 50.6%로 올랐다”라며 “사회적 약자가 배려 받고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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