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와 세종시 인재육성재단 주소 이전 대학생에 장학금 지급
전국 최고 부동산 열기 속 재테크 노림수도
서울 강남에서 고려대 세종캠퍼스로 3년 여간 통학하던 A씨는 얼마 전 세종시 조치원읍 한 원룸에 입주하고, 주소도 옮겼다. 취업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선 더 이상 원거리 통학을 해서 안되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A씨는 “통학하는 시간만 하루 3시간 이상이나 걸리고, 몸은 더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며 “취업준비를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학교 근처에 방을 잡았다”고 말했다. A씨는 “나중에 공무원 시험 등 여러 측면에서도 유리해 주소지를 세종시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타 지역에서 통학하던 세종시 소재 일부 대학생들이 장학금과 취업 등 여러 혜택을 보기 위해 주민등록을 세종시로 옮기고 있다.
29일 세종시 등에 따르면 관내에는 고려대와 홍익대, 한국영상대 등 3개 일반 사립대와 신학대학인 대전카톨릭대(전의면ㆍ학생수 91명) 등 4개 대학이 있다. 학생수는 지난해 말 기준 2만3,471명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외지 출신으로, 집에서 원거리 통학을 하거나 기숙사, 학교 주변에서 지내지만, 주민등록은 부모 거주지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주소지를 세종으로 옮기는 재학생들이 눈에 띄고 있다. 재학생들의 주소지 이전 통계를 관리하진 않지만,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게 각 대학과 세종시의 설명이다.
학생들 사이에 주민등록 이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장학금과 공무원 취업 등 여러 혜택을 보기 위해서다.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이번 학기부터 ‘세종사랑장학금’ 제도를 운영한다. 장학금은 다음달 2일부터 20일까지 세종시로 주소를 이전한 뒤 신청하면 1인당 20만원을 준다. 이미 주소를 옮긴 재학생도 신청하면 장학금을 준다.
세종시도 인재육성재단을 통해 주소를 이전한 대학생에게 매년 각종 장학금을 주고 있다. 성적우수장학금은 관내 대학 재학생 가운데 부모나 본인이 공고일을 기준으로 세종시에 1년 이상 거주(최고 50명 한도)할 경우 1인당 최고 200만원을 지급한다. 모범장학금은 마찬가지 주소지 기준을 충족한 중위소득 이하 가정학생(최대 100명)에게 1인당 최고 200만원까지 준다.
공무원 취업에 유리한 것도 주소지 이전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공무원을 선발할 때 거주지 요건을 둔다. 시험 공고일 현재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해당 지역이거나 과거 통산 3년 이상 해당 지역 거주 경력이 필요하다. 더욱이 세종시는 선발 인원에 비해 인구가 적어 합격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조직이 급격히 성장해 선발 인원이 꾸준히 느는 것은 물론, 승진 기간도 타 지자체에 비해 빠르다. 무주택자는 아파트를 특별 공급받을 수도 있다.
재테크도 대학생들의 주소지 이전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전국 최고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잘 나가는 세종시에선 주민등록산 1년 이상 거주한 세대주에게 당첨 우선순위(당해지역)가 주어진다. 이를 노리고 세대주인 부모와 함께 세종시로 주민등록을 옮기는 대학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관계자는 “재학생들은 세종시에 실제로 거주하면서도 주소지 이전을 안 한 경우가 많았다”며 “대학생들의 주소지 이전은 지역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고, 지역 발전,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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