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롯데에 자격취소 통보 “롯데가 탈법적 특혜 요구”
롯데 비자금 조성 검찰 수사·회장 구속으로 추진 동력 잃어
롯데 “기부채납 거부한 적 없어” 반박
유럽에서 사업자 물색 나서
26년간 끌어온 충남 태안군 안면도 국제 관광지 개발사업이 우선협상대상자인 롯데의 계약 불이행으로 또 다시 표류를 시작했다.
충남도는 지난 28일 안면도 관광지 3지구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인 롯데컨소시엄에 자격 취소를 통보했다. 롯데가 사업의 전제조건인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한 법인설립’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컨소시엄은 2015년 태안군 안면읍 일원에 2,000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콘도미니엄, 호텔, 워터파크 등을 설치하겠다는 사업제안서를 제출, 안면도 3지구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롯데는 지난해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른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가 지연되고 있다며 충남도에 본 계약 기한연장을 요청했다
충남도는 ‘사드보복’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의 입장을 감안해 기한을 연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지난해 9월 예정이던 사업개시 시기를 8개월 늦춰줬다.
하지만 롯데가 최종 기한으로 못 박은 지난 28일까지 사업의 전제조건인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법인설립’약속을 지키지 않자 도는 자격취소를 통보했다.
도는 “롯데 측이 비현실적인 토지 매입가격을 제시하고 기부채납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하는 등 비상식적인 요구를 해 지위 취소를 통보했다”고 자격취소 이유를 밝혔다.
도는 약속 불이행의 원인을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에 대한 검찰 수사에 이어 지난 2월 신동빈 회장의 구속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롯데는 충남도의 주장에 대해 기부채납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충남도가 요구한 녹지 비중이 57%로 사업성 맞추기 어려울 만큼 높아 녹지 비중을 40%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일 뿐 기부채납에서 제외해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안면도 개발사업이 또 다시 무산되자 충남도의 행정력이 도마에 올랐다.
유익환 충남도의회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안면도 관광지 개발사업 실패와 관련해 도가 롯데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밀 상황이 아니다”며 “도가 절차와 과정을 소홀히 해 이렇게 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안면도 관광지 개발사업은 1991년 관광지 지정과 함께 개발에 시동을 걸었지만 그 동안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표류해 왔다. 중국을 비롯해 수 차례나 국내외기업과 사업추진을 시도했으나 번번히 무산됐기 때문이다.
조한영 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롯데측이 본 계약을 두 달 앞두고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은 사업포기를 위한 구실로 보인다”며 “다음 달 코트라와 함께 유럽에서 안면도 1ㆍ3ㆍ4지구를 홍보하는 등 사업의 정상 추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면도 관광지 개발사업은 아름다운 해수욕장과 소나무 숲 등을 가진 천혜의 휴양지인 안면읍 승언ㆍ중장ㆍ신야리 일대 299만㎡에 1조474억원을 들여 워터파크, 콘도미니엄, 골프장 등을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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