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에 드러누워 (천장/천정)만 바라보았다.” 이 문장에서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답은 ‘천장’이다. 약간의 발음 차이로 둘 이상의 형태가 쓰일 경우 더 일반적으로 쓰이는 형태 하나만을 표준어로 삼는데, 이 원칙에 따라 ‘천장’을 표준어로 삼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천정’이 더 일반적으로 쓰이는지 이를 문화어로 삼았다. 이런 설명을 들으면 ‘천장’과 ‘천정’이란 형태는 같은 말의 발음이 갈라진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각각 ‘天障’과 ‘天井’을 원어로 하는 말이다.
‘천장’은 ‘반자’와 ‘보꾹’이란 고유어를 대신해 쓰여 온 한자어다. 국한대역사전인 ‘국한회어(1895)에선 ‘반자’의 한자 대역어로 ‘천장’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입천장’이란 말이 널리 쓰인 걸 보면, ‘천장’은 고유어 ‘반자’만큼이나 대중들에게 친숙한 말이었던 듯하다. 그러나 같은 뜻의 일본 한자어 ‘천정’이 들어오면서 ‘천장’의 위상이 흔들린다. ‘천장’에 대해 조선총독부의 ‘조선어사전’(1920)에서는 ‘천정의 바뀜’으로, 문세영의 ‘조선어사전’(1938)에서는 ‘천정과 같음’으로 풀이했다. ‘천정’을 바르거나 일반적인 형태로 본 것이다. 이 관계가 뒤바뀐 건 ‘큰 사전’(1957)부터다. 이 사전의 ‘천정’ 항목엔 ‘천장’과의 동의관계만 표시되고 뜻풀이는 ‘천장’에 제시되었다.
이제는 ‘천장’만이 유일한 표준어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현재의 규범에서도 ‘천정’의 흔적을 지울 수는 없다. ‘천정’을 규범으로 정했던 조선어사전(1920)에서도 ‘입천장’이란 올림말 속에 ‘천장’이 뿌리내렸듯, ‘천장’이 규범인 오늘날에도 ‘천정’은 ‘天井知らず’에서 기원한 ‘천정부지(天井不知)’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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