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수./사진=KOVO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흔히 농구는 센터놀음, 배구는 ‘세터놀음’이라고 한다. 세터는 토스를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선수를 가리킨다. 토스가 정확하고 안정되면 공격수들은 득점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리그 최고의 세터를 보유한 것은 대한항공의 큰 강점이다. 한선수(32)는 2010년과 2011년 V리그 세터상을 받은 12년 차 베테랑 세터다.
지난 28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현대캐피탈과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도 한선수는 최고 세터로서의 진면목을 보였다. 이날 대한항공은 한선수의 안정적인 볼 배급에 힘입어 세트스코어 3-0(25-22 26-24 25-18)으로 승리했다.
한선수는 승부처였던 2세트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19-22로 뒤지던 상황에서 그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오픈 공격을 성공시켰다. 공이 높이 뜨자 토스를 하는 척하다가 공을 그대로 상대 코트에 넘겼다. 기자석 반대편에 대거 자리한 대한항공 팬들은 한선수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곳곳에서는 한선수를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도 보였다.
대한항공은 힘을 내기 시작했고, 21-24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내리 5점을 뽑아내며 26-24로 대역전에 성공했다. 한선수는 5점을 내는 동안 4차례 서브를 하며 순조로운 공격의 시작을 알렸다. 첫 세트를 따낸 대한항공은 2세트를 극적으로 잡고 3세트까지 기세를 이어가며 결국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박기원(67) 대한항공 감독은 경기 후 한선수를 극찬했다. 취재진과 만난 그는 "한선수 명성에 걸맞은 경기 운영이었다. 최고 연봉(5억 원)을 받는 선수답게 정말 잘했다"면서 "가장 용기 있는 볼 배분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언제, 어떻게 상대를 공략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계산한다"며 "나는 한 번도 한선수의 볼 배분을 간섭한 적이 없다. 100% 자율배구다"고 덧붙였다.
1차전 풀 세트 혈전에서 2-3으로 진 대한항공은 2, 3차전을 내리 세트스코어 3-0으로 따내며 전세를 뒤집었다. 5전3승제의 챔프전에서 2승(1패)을 먼저 거둔 대한항공은 30일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을 갖는다. 승리하면 창단 후 첫 챔프전 우승을 달성한다.
대한항공의 우승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3차전 직후 최태웅(42) 현대캐피탈 감독은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던 속사정을 어렵게 털어놨다. 그는 “가급적 챔프전을 마치고 얘기하려 했는데 사실 문성민(32)은 발목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신영석(32)은 무릎 부상으로 5일 동안 훈련을 하지 못했다. 노재욱(26)도 허리 통증이 있다. 선수들 몸 관리와 관련해 책임을 느낀다.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대한항공은 주장 한선수의 안정된 볼 배급으로 현대캐피탈보다 뒤쳐진다고 평가 받는 센터진까지 살아났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전력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캐피탈로서는 4차전 장소가 원정 인천이라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4월 3일. 2016-2017 V리그 현대캐피탈과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친 박기원 감독이 당시 현장에서 했던 말이 생생히 떠오른다. 그는 “빨리 준비해서 올해 못한 우승을 내년에 찾아오겠다"고 했다. 박 감독의 1년 전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시선은 4차전으로 향하고 있다.
인천=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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