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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명 앗아간 러 쇼핑몰 화재... 추모 열기 속 “진실을 알려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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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명 앗아간 러 쇼핑몰 화재... 추모 열기 속 “진실을 알려 달라”

입력
2018.03.28 16:5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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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안전관리 실패 책임 등 추궁

푸틴 사퇴 요구하는 7시간 집회도

러시아 시민들이 27일 케메로보에서 ‘실제 희생자 수는 몇 명인가’ ‘누구의 책임인가’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당국의 책임을 묻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케메로보=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시민들이 27일 케메로보에서 ‘실제 희생자 수는 몇 명인가’ ‘누구의 책임인가’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당국의 책임을 묻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케메로보=로이터 연합뉴스

“왜 거짓말을 하죠?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시민 수 천명이 케메보로 소베토브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어린이 41명을 포함해 최소 사망자 64명이 발생한 지난 25일의 복합쇼핑몰 화재 참사와 관련, 진실 규명과 당국의 안전 관리 실패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BBC 등 외신은 수 천명이 이날 소베토브 광장에서 암만 툴레예프 케메로보주 주지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의 사퇴를 촉구하며 7시간 이상 항의 집회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 발표에 큰 불신을 드러냈다. 이들은 피해 규모가 정부 발표(사망자 64명, 실종자 38명)보다 훨씬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 등은 정부 발표와 달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은 이들이 70여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희생자 숫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또 정부가 발표한 구조요원 숫자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재 발생 당시 화재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고, 상당수의 비상구가 막혀 피해를 키운 사실은 분노를 더욱 키웠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화재가 난 건물의 화재 경보기는 지난 19일부터 꺼져 있었지만, 일주일이 다 되도록 아무도 이를 시정하지 않았다. 영화관과 아이들 놀이시설이 있던 4층의 비상구 일부가 막혀 있었던 것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번 참사로 아내와 아이들을 잃은 이고르 보스트리코브는 BBC에 “화재 당시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입을 막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라고 이야기 했지만, 건물 안에 갇혀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연방수사위 위원장은 “표가 없는 사람들이 영화관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문을 막아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사설 경비원이 대피경보 장치를 작동시키지 않은 점 등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러시아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참사 현장 인근에 가져다 둔 인형들. 케메로보=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참사 현장 인근에 가져다 둔 인형들. 케메로보=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시민들이 모스크바 마네지 광장에서 열린 복합쇼핑몰 화재 희생자 추모 행사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시민들이 모스크바 마네지 광장에서 열린 복합쇼핑몰 화재 희생자 추모 행사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곳곳에서는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도시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꽃과 인형 등을 가져다 놓으면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28일을 국민 추모의 날로 정하고, TVㆍ라디오 방송 등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25일 케메로보 시내에 있는 4층짜리 복합쇼핑몰 ‘겨울체리’에서 난 불은 4층을 모두 태우고 3층까지 번지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낳았다. 특히 방학 후 첫 주말을 맞아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대거 찾은 어린이들이 대거 변을 당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당국은 어린이의 실수로 인한 방화, 전기 합선 등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수사 중이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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