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의원이 당초 자신의 주장과 달리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지목된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갔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 전 의원 주장에 힘을 실어줬던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시청자 게시판이 네티즌들의 싸움터로 변했다.
정 전 의원과 팟캐스트 ‘나꼼수’(나는 꼼수다) 멤버로 친분이 있는 이 프로그램 진행자 김어준(사진)씨가 정 전 의원의 일방적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의혹 때문이다.
정 전 의원은 그동안 ‘사건이 발생했다고 지목된 장소에 간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고,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프레시안 기자들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안젤라’라는 가명으로 증거를 공개한 피해자의 기자회견이 열린 다음 날인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2011년 12월 23일 저녁 6시 43분 해당 호텔에서 카드를 결제한 사실을 인정했다.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 기자들을 상대로 한 고소도 취하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던 이 여성은 기자회견에서 위치 기반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 ‘포스케어’를 증거로 자신이 사건 당일인 2011년 12월 23일 오후 5시쯤 렉싱턴 호텔에 있었다고 공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성추행을 부인했던 정 전 의원의 주장을 소개했던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항의와 김어준씨를 응원하는 글이 앞다퉈 올라오고 있다. 28일 시청자 게시판에 게시된 글만 약 670개에 달한다. 폐지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은 “김어준씨가 공중파에서 편향적으로 친구를 보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어준씨를 지지하는 시청자들은 “김어준씨는 편파 방송을 하지 않았고, 정 전 의원이 제시한 증거물만 그대로 보여줬다”며 맞섰다.
22일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사건 당일인 2011년 12월 23일 하루 동안 정 전 의원이 찍힌 사진 780장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다. 방송에서 “오후 1~2시쯤 정 전 의원이 홍대 녹음실과 식당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언급했다. 정 전 의원의 팬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카페지기를 맡았던 ‘민국파’가 사건 당일 오후 1~2시쯤 정 전 의원을 렉싱턴 호텔에 데려다줬다고 한 주장을 정면 반박했었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