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양심고백 나올 지 주목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옥중 조사를 거부하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흐름을 꿰고 있는 재산 관리인들이 이번 주 잇따라 법정에 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다스 협력업체인 금강의 이영배 대표의 첫 공판준비기일과 첫 공판기일이 28일과 30일 각각 열린다. 이 국장은 다스 자회사 홍은프레닝과 금강에서 총 18억원 가량을 횡령하고 홍은프레닝의 자금 40억원을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소유한 회사 ‘다온’에 무담보 저리로 특혜 대출해 준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이 대표는 하도급업체와 고철 거래 과정에서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 등으로 6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전 대통령 처남인 고(故) 김재정 씨 부인 권영미 씨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 11억원을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이 전 대통령 재산을 관리해 온 최측근이다. ‘MB 금고지기’로 불린 이 국장은 2003년부터 이 전 대통령 소유인 영포빌딩 관리자로 일하면서 차명재산과 불법자금을 집중 관리했고, 이 대표는 ‘도곡동 땅’ ‘다스’ 등 각종 차명재산을 관리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에 이르게 된 데에는 재산 흐름을 잘 알고 있는 두 사람 진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국장은 “다스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고, 이 대표 역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각종 혐의들을 측근 잘못으로 돌린 상황에서 두 사람이 재판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의 ‘가신’으로 불려온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14일 첫 재판에서 “제 죄에 대해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등 MB가 책임질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더 이상 신의를 지킬 이유가 없는 두 재산관리인이 ‘양심고백’을 할지, 여전히 ‘주군’을 좇을지 주목되고 있다. 두 사람이 자신들이 뒤집어쓰게 된 비자금 조성 배경을 ‘윗선 지시’로 재판에서 진술할 경우 이 전 대통령 혐의도 추가될 수 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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