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FP, 군사력 추정치 발표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21세기 들어 세계 각국이 ‘하드 파워’보다 ‘소프트 파워’를 중시하고 있다고 했다. 한 국가의 위상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경제력이나 군사력 등 종래의 ‘국력’ 개념보다 문화와 예술, 교육 같은 ‘국격’이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시대 변화를 꿰뚫는 진단이긴 하지만, 세계 안보 정세가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는’ 쪽으로 급변한다는 점에서, 군사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특히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현실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다음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간 경색 국면이 완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군사력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통일 한국’의 군사력 규모 추정치를 내놓았다. 올해 1월 기준 평가 대상 133개 국가들 가운데 남한 군사력은 12위, 북한은 23위를 각각 기록했는데, 남북한이 향후 통일을 할 경우 순위는 6위권으로 훌쩍 상승할 것이라는 게 골자다.
26일 GFP에 따르면 통일 한국이 들어서면 국방 분야의 복잡한 재편 작업은 불가피하다. 정규군 25만명, 예비군 7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병력 감축’이 대표적이다. 이는 현재 남북한의 전체 병력(예비군 포함) 합계인 1,227만4,750명(남한 582만9,750명, 북한 644만5,000명)의 2.6%에 불과한데, 예비군의 대대적인 축소 때문이지만 정규군으로만 따져도 6분의 1이 줄어드는 것이다. GFP는 “남북한의 군사경쟁 소멸과 함께 군 인력의 광범위한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라며 “군사장비 숫자보다 주어진 군사력을 사용하는 실제 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예군 체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공군과 육군, 해군을 구성하는 무기체계도 지금의 남북한 합계 총량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북한의 보유 무기 대부분이 옛 소련 시절 도입된 노후 장비들이어서 상당수가 타국에 매각되거나 폐기 처분될 가능성이 짙고, 군비축소 움직임도 가시화될 게 뻔해서다. 특히 북한의 현 보유 항공기 대부분은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통일 한국의 항공 전력은 남한(1,477대)과 북한(944대)의 합계보다 적은 1,265대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통일한국은 군사력 평가지수 0.2077(0에 가까울수록 강한 군사력)을 기록하게 돼, 현재 6위인 영국(0.2131)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GFP의 전망이다. 이 기관은 “새 군대 창설을 위해선 단일지향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미국산 장비를 많이 쓰는 남한 주도 하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서구화’된 군 구조로 통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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