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이트 정보 찾아 공유
中 환경공학단체 운영 사이트
日 기상청ㆍ세계바람지도 인기
소비 트렌드도 바꿔
공기청정기 매출 46% 급등
의류건조기 판매 3년새 11배
“중국 산둥반도 미세먼지 999 찍었네요.” “일본 미세먼지 사이트가 제일 정확해요.”
사상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강타하자 정부의 미세먼지 예보를 믿을 수 없다며 해외 기상청이나 대기관련 사이트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아예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구입해 직접 사무실이나 가정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기도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실제 방독면을 쓰고 출근한 시민의 모습까지 포착됐다. 공기청정기 등 관련 제품 판매가 급격하게 늘면서 가전시장 지형마저 바꾼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24일 시작된 미세먼지의 공습이 시민들의 일상생활까지 바꾸고 있다. ‘KF80’ 마스크를 쓰고 출근한 시민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 채 ‘각자도생’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신 미세먼지 정보를 찾고 공유한다.
올해 들어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네티즌들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한중일 3개국의 미세먼지 오염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해외 사이트 정보를 찾아 다니는 현상이다. 시민들은 ‘중국 발 미세먼지’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어하는데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기오염정보사이트인 ‘에어코리아’는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 현황이나 예측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오존,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등의 농도를 측정해 산출하는 공기질량지수(AQI)도 지역별로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중국환경공학단체가 운영하는 중국판 실시간 대기질 인덱스 사이트(aqicn.org)와 일본 기상협회사이트(www.tenki.jp), 세계바람지도 사이트 어스윈드맵(earth.nullschool.net) 등이 네티즌이 자주 찾는 사이트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외 사이트 역시 100% 신뢰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예컨대 중국이 베이징 근처의 공장을 이전했다고 의심받고 있는 산둥성 지역의 경우 일부 사이트에서 AQI지수가 999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실제 999가 아니라 수치 오류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 중국 환경부로부터 공식 자료를 제공받는 대기오염 정보 제공 사이트(pm25.in)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산둥성 지역 칭다오의 경우 27일 오후 3시 기준 중국 대기질 인덱스 사이트에선 999였지만 실제로는 AQI 115, PM2.5는 86임을 확인할 수 있다.
미세먼지 전문 카페인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에는 미세먼지 예보 사이트 이용법, 지역별 ‘셀프 측정’ 자료 등이 공유되고 있다. 이미옥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대표는 “학교의 미세먼지 대책이 없으니 속태우며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는 이들도 많다”며 “홈스쿨링이나 이사, 출산기피, 나아가 이민까지 가고 싶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는 소비 트렌드도 바꿨다. 공기청정기는 보통 황사가 시작되는 4월에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기승을 부린 겨울 미세먼지 탓에 1월부터 판매가 크게 늘었다. 신세계몰에서 올해 1월 1일부터 3월 25일까지 건강 가전제품의 매출신장률을 살펴본 결과 공기청정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45.8% 늘었다.
미세먼지 증가로 침구와 의류 세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제품 판매도 늘었다. 옥션에 따르면 의류건조기 판매는 3년 새 11배, 스타일가전도 판매도 7배 증가했다. 김충일 옥션 디지털실 실장은 “사시사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전제품 판매 풍경도 바뀌고 있다”며 “한철 가전으로 분류되던 공기청정기, 의류건조기 등이 이제는 대표적인 필수가전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민재용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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