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게임회사 대표가 자사 직원에게 페미니스트인지를 취조하듯 따져 묻고 이를 공개해 논란이 일자, 질문 당시 거론된 여성단체인 여성민우회가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여성민우회는 27일 오후 “게임제작사 IMC게임즈의 노동권 침해 및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규탄한다”는 입장문을 통해 “사측이 직무와 무관하게 노동자의 정치적 입장을 검열, 판별, 검증하여 유무형의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노동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하고 “성평등과 인권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은 앞서 이날 오전 IMC게임즈의 김학규 대표가 이른바 ‘페미니스트 논란’이 일었던 직원과의 면담 내용을 모두가 볼 수 있는 공지 게시판에 올린 데 대해 발표한 것이다. 해당 공지글에 따르면 김대표는 직원에게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우했나” “’한남’이란 단어가 들어간 트윗을 리트윗한 이유는 무엇인가” 등을 질문했고, 이에 대해 직원은 깊이 생각지 못하고 한 일이며 모두 팔로우를 취소하고 사과하겠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이 게임의 원화가로 일하고 있던 이 직원은 장문의 사과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직원에 대한 사상 검열”이라며 반발했다. 최근 들어 게임 업계나 웹툰 업계에서 페미니스트를 추방하라는 식의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를 조사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왔다.
여성민우회도 성명을 통해 “성우가 페미니즘 운동을 후원하는 인증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녹음 작업에서 하차했고, 캐릭터 작가가 페미니즘 관련 내용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캐릭터를 삭제 당했으며, 여성 아이돌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비난 받는 등 지난 2년 간 개인이 페미니스트인지를 판별하여 징계, 배제하는 일을 목도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사회는 더 이상 기존의 남성중심적 권력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는 행위를 용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민우회는 또 “본 사건은 일회적 해프닝이 아니라 게임업계의 성차별적ㆍ반인권적ㆍ비민주적 구조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며 “게임업계의 노동권 및 인권 침해, 전반적 성차별 실태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들을 다방면으로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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