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ㆍ외교당국, 신원 확인 소극적
특급열차 움직임은 미리 파악
외교관례 따라 침묵 가능성도
정부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지 하루가 지난 27일까지도 “현재로선 누구인지 확인이 안 된다”며 상황파악에 주력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 최고 인사의 움직임을 놓친 것이어서 대북 정보망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정보를 받고서도 외교관례에 따라 철저히 차단 막을 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이날 종일 북측 인사의 신원에 대해 함구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베이징에 어느 분이 와 있는지는 현재로선 확인이 안 된다”고 했고, 외교부는 “면밀히 파악 중이다”라고 했다. 국정원도 “최선을 다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짧은 입장만 밝혔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측 움직임은 며칠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이 위성사진과 휴민트(HUMINTㆍ인간정보) 등을 통해 북한발 특별 열차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NCND)’ 소극적 태도를 유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수행 중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김 위원장인지 아닌지, 어떤 고위층 인사가 갔는지 파악이 안 됐다”며 “(파악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예전 김정일 위원장의 정례적인 (중국 측과의) 만남도 며칠 있다가 확인해 주고는 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를 두고 대북 정보수집 능력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리 정보당국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당시 북한이 매체를 통해 직접 발표하기 전까지 무려 이틀 동안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서훈 국정원장과 김상균 2차장도 2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했지만, 중국을 방문하는 김 위원장의 동향에 대해서는 별 이야기가 없었다고 한다. 여권 정보위 관계자는 이날 저녁까지도 “갈수록 김 위원장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확인할 수 없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또 북한은 물론 중국으로부터도 북중 접촉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중국이나 미국을 갈 때 북한에 얘기하지 않은 것처럼 이번 만남도 따로 정보를 주진 않았다”며 “전통적인 북중 연락 창구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보력 부재에 따라 외교가에서는 방중한 북측 인사를 놓고 김 위원장 외에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관측이 엇갈리기도 했다.
물론 정부가 외교관례를 고려해 말을 아꼈다면 상황은 다르다. 체제 특성상 북한과 중국은 최고위급 인사의 동선과 이동계획을 비밀로 하기 때문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UAE를 순방 중이어서 정부 차원에서 설익은 정보를 내놓는 것을 경계했을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통제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설사 알고 있다고 해도 북한이나 중국에서 먼저 공개하지 않는 이상 우리 정부가 먼저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지용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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