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이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는 어디일까. 많은 이들이 중국이라고 짐작하겠지만 1위는 베트남이다. 정부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신 남방정책’의 전진 기지로 베트남을 내건 만큼 앞으로도 국내 은행들의 베트남 진출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이 세운 해외점포는 총 185개(39개국)로 1년 전보다 7곳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베트남이 19개로 가장 많고 중국(16개), 인도ㆍ미국(15개), 미얀마(13개), 홍콩(12개) 순이다. 아시아 지역이 129개로 전체의 69.7%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유럽(22개), 미국, 중남미를 비롯한 기타지역(13개)이다.
2013년까진 국내은행의 해외점포가 가장 많은 곳은 중국이었지만 2014년부터 1위 자리가 베트남으로 바뀌었다. 다른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로의 국내은행 진출도 두드러진다. 인도네시아와 미얀마는 2013년 말 국내은행이 세운 점포수가 각각 5개와 6개에 불과했지만 4년 만에 15개와 13개로 각각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은 18개에서 15개로 줄었다.
이처럼 국내은행이 동남아 국가로 적극 눈을 돌리고 있는 건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베트남의 경우 6%대의 높은 성장률, 정부의 적극적인 개방 정책, 평균 연령 28세인 젊은 시장이라 국내은행들로선 영업환경이 중국이나 미국에 견줘 훨씬 양호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의 경우 한류 영향으로 한국을 선호하고 무엇보다 경제성장 속도도 빨라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은행들로선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은행 해외점포 자산 역시 동남아 국가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총자산은 1,048억8,000만달러로 전년 말(958억4,000만달러) 대비 9.4%(90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인도네시아(57억6,000만달러)와 베트남(57억2,000만달러)의 자산이 각각 21.2%와 18.9% 급증한 반면, 미국과 영국은 7.7%와 1% 감소했다.
국내은행이 지난해 해외점포에서 거둔 당기순이익은 8억7만달러로 전년(6억5,100만달러) 대비 23.9%(1억5,600만달러) 급증했다. 자산증가 등으로 이자이익이 늘고 대손비용이 줄어든 덕이다. 중국의 순이익이 1년 전보다 8,880만달러(389%)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고, 일본(2,800만달러ㆍ43.2%), 인도네이사(2,600만달러ㆍ35.2%) 순이었다. 베트남에선 1년 전보다 28.9% 늘어난 1,370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 국내은행의 총 당기순이익(지난해 11조2,000억원) 중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7.7% 수준이다.
금감원은 2008년부터 현지고객 비율, 현지직원 비율, 글로벌 업무역량 등을 따져 현지화등급을 매기는데, 지난해 하반기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현지화지표 종합평가 등급은 2-등급으로 지난해 상반기 평가와 같았다. 지역별로는 인도네시아 소재 점포의 현지화 등급이 1등급으로 가장 높고, 일본 1-등급, 미국 2+등급, 중국·베트남 2-등급 순이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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