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사람이 살인범 누명을 쓰고 10년이나 옥살이를 했던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강도 사건’의 진범이 18년만에 최종적으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7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37)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의 발단은 2000년 8월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오전 2시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기사 유모(당시 42세)씨가 택시의 운전석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유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을 거뒀고, 경찰은 최초 목격자인 최모(당시 16세)씨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경찰은 운전기사와 시비가 붙은 최씨가 격분해 오토바이 공구함에 있던 흉기로 유씨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최씨가 입은 옷과 신발에서는 어떤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검찰과 경찰은 최씨에게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하고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정황증거와 진술만으로 최씨에게 징역 15년을, 2심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
사건 발생 3년 후 누명을 바로잡을 기회가 왔음에도, 수사기관이 미흡한 대처로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2003년 경찰은 이 사건의 진범이 있다는 첩보를 듣고 김씨를 체포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범행을 자백했고 김씨의 친구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미 범인이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라는 등의 이유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그 사이 진범 김씨는 진술을 번복하고 석방됐다.
만기 출소한 최씨는 2013년 “경찰의 강압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16년 11월 “최씨가 불법 체포·감금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최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받자 경찰은 다시 김씨를 체포했다. 1ㆍ2심은 “김씨의 자백과 증인들의 진술이 일관되게 일치하므로 피고인이 범행을 위해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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