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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도 ‘미투’… 여교수 “3년 전 고위 공무원이 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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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도 ‘미투’… 여교수 “3년 전 고위 공무원이 추행”

입력
2018.03.2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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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통신망에 폭로 글 올려

“추행 후 다음날 만나자고 카톡”

[저작권 한국일보]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본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저작권 한국일보]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본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포항 포항공대(포스텍)에서도 모 교수가 교내 통신망에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를 폭로한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26일 학교 교내 통신망에 ‘저는 당신의 접대부가 아닌 직장 동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2015년 봄 A교수에게서 정말 만나기 어려운 정치적 권력을 가진 분이 포항에 왔으니 예쁘게 하고 저녁 식사 자리에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날따라 쉬고 싶었지만 네트워킹을 게을리하면 안 되는 처지라 지친 몸을 이끌고 모 식당에 갔다”고 올렸다.

그는 “A교수 지인이라는 C씨는 고위 공무원이었다”며 “인사를 나누고 얼마 되지 않아 C씨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한 정치인에게 전화를 걸어 저를 바꿔줬고 전화를 끊고 폭탄주를 몇 잔 돌려 마신 뒤 A교수가 저에게 ‘예쁘게 하고 오라니까 왜 이러고 왔어?’, ‘평소에는 안 그러더니 치마가 이게 뭐야 촌스럽게…’라며 핀잔을 줬지만 분위기를 깨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불쾌한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또 “식당을 나와 택시를 타고 (학교 안) 국제관으로 오는데 C씨가 갑자기 제 손을 잡더니 주물럭거리기 시작했고 그동안 사회생활 하며 남자들 이 정도 추행이 별 놀라운 일도 아니어서 ‘또 시작이구나!’ 싶었고 손을 빼려고 하니 C씨 손이 제 허벅지 부위로 제 손을 따라 왔는데 마침 목적지에 도착해 황급히 택시에서 내려 더 이상 추행은 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날 두 사람에게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려고 했으나 기가 차게도 C씨가 카톡으로 주말에 서울에 오면 단둘이 만나서 저녁 식사를 하자고 했고 또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 거절한 뒤 A교수에게 전화로 사실을 말하고 화를 냈다”며 “A교수는 자기가 대신 사과한다며 알아서 책임지고 처리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미투 운동이 언론에 나오는 것을 보며 그때 일이 떠올라 수면장애와 만성 위장병에 시달리고 있다”며 “내가 우습게 보이게 잘못 행동했는지 반문하면서 수치스럽기도 하고 비전임 교수라서 그런가 심한 자괴감마저 든다”고도 했다. 또 “얼마 전 A교수에게 본인과 C씨의 서면 사과문을 일주일 내 보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말미에 "A교수를 비롯해 저를 동료 교수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보거나 고용 불안정을 악용해 선심 쓰는 척하면서 무료 봉사를 시키는 등 사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분들에게 ‘저는 당신 접대부가 아닌 당신 직장 동료입니다’라고 말하고 싶다”며 “사회생활을 하며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법한 사소한(?) 것일 수 있으나 학내에서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기에 저의 아픔을 학교 구성원과 공유하기 위해 이 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에 포항공대 관계자는 “익명의 제보는 대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사안 중대성을 참작해 대학 차원에서 즉시 조사에 들어가 진상을 규명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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