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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끝없이 투쟁하고 연대해야… ‘미투’ 외치는 한국여성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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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끝없이 투쟁하고 연대해야… ‘미투’ 외치는 한국여성 응원합니다”

입력
2018.03.27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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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서

여성 박해하는 근본주의 비판

이란 태생의 프랑스인으로서

정체성 찾아가며 세상과 화해도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의 저자인 프랑스 작가 마리암 마지디가 26일 서울 봉래동 주한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달콤한책 제공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의 저자인 프랑스 작가 마리암 마지디가 26일 서울 봉래동 주한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달콤한책 제공

“나는 죽은 자들을 글을 통해 무덤에서 파낸다. 고통스럽고 아픈 추억과 일화와 이야기를 파낸다. 지워진 입들이 보인다.”

이란 태생 프랑스 작가인 마리암 마지디의 장편 자전소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달콤한책∙원제 '마르크스와 인형’)은 지워진 무수한 입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간절한 시도다. 마지디는 이란 혁명 초기인 1980년 태어났다. 부모는 열성적인 공산주의 혁명가였다. 기저귀에 ‘삐라’를 숨겨 운반할 수 있도록 마지디를 활동가들에게 “빌려 줄” 정도였다. 1986년 가족은 프랑스로 망명했다. “지워진 입”은 독재와 신정정치에 생명과 자유를 박탈당한 이란인, 조국을 버린 순간 언어와 정체성을 삭제 당한 마지디와 가족의 은유다. 소설은 지난해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 신인상을 받았다.

소설에서 마지디는 세 번 태어난다. 이란인으로, 프랑스인으로, 그리고 이란인도 프랑스인도 아닌 마지디 자신으로. “정체성은 정말 다양한 여러 것들의 모자이크입니다. 한 사람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질 수 있어요. 나 같은 사람은 진동추처럼 두 개의 언어와 문화를 영원히 왔다갔다하는 생을 삽니다. 하나의 정체성을 택해야 한다면 신체 일부가 절단되는 듯한 엄청난 고통이자 폭력일 거예요.” 소설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은 마지디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 조국은 내 언어다.” 마지디가 소설에서 인용한, 루마니아 태생의 프랑스 작가 에밀 시오랑의 말이다. 프랑스인으로 다시 태어날 때 “모국어를 꿀꺽 삼켜 버린” 소설 속 인물 마지디는 대학원에서 페르시아어를 배우고 이란 문학을 연구하는 것으로 자신의 얼굴에 “두 동강 난 이방인의 상처”를 남긴 세상과 화해한다(작가 마지디도 그랬다). 이란에 대해 프랑스어로 쓰면서 마지디는 스스로와도 화해한다. 마지디가 소설을 완성한 건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인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이었다.

이란 태생의 프랑스 작가 마리암 마지디. 달콤한책 제공
이란 태생의 프랑스 작가 마리암 마지디. 달콤한책 제공

마지디는 여성을 “악마의 피조물” “한갓 계집X” 취급하는 이란의 이슬람 근본주의와는 화해하지 않는다. 소설에서 여성의 풍기문란을 단속하는 ‘파트메 특공대원’의 행패와 ‘마이애미 파티’라는 이름으로 젊은이들이 은밀하게 벌이는 파티 장면 등을 묘사해 주류 권력의 폭력과 위선을 까발린다. 지난해 1월 프랑스에서 출간돼 12개 국어로 번역된 소설이 페르시아어로는 번역되지 않은 이유다. 분노한 이란 정부의 조치로 마지디는 이란에 드나들 수 없게 됐다.

마지디는 “여성들은 끊임없이 투쟁해야 한다”고 했다. “물리적 투쟁도 중요해요. 폭력에 맞서 방어할 수 있어야 하고, 누구든 자신을 탄압하려 할 때 순순히 당해선 안되죠. 저는 그렇게 배우며 자랐어요. 이란 여성들의 이야기를 딴 세상의 일로 여기지 말아요. 그들은 우리의 자매예요. 이란은 우리의 거울이고요. ‘주의 깊게, 관심 갖고 지켜내지 않으면 우리가 누리는 게 평생 가지 않는다’는 프랑스 여성해방운동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경고를 기억해야 해요. 정치, 경제, 종교 문제로 세상이 흔들리면 여성의 권리부터 박탈하려 할 테니까요. 답은 여성들의 연대에 있어요. ‘미투(#Me Too)’를 외치는 한국 여성들을 응원합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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