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엄한 경비 속 북 특별열차 도착
2011년 김정일 방중 때 열차와 비슷
북한 고위급 인사가 26일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한 정황이 포착됐다. 북한이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섰거나 4월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 조율을 위해 접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례적으로 경비가 삼엄해진 중국 현지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을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과 일부 외신에 따르면,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이날 21량짜리 특별열차를 타고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역을 거쳐 중국 베이징에 도착, 오후 4시30분쯤(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리에선 북중 고위 인사들이 회담에 이어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오후 9시25분쯤 북한 대사관 번호판을 단 차량 6대가 인민대회당을 빠져 나갔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중국을 찾은 북한 인사가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현지에서는 김 위원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을 떠나 이날 중국에 도착한 열차에는 녹색 차체에 노란색 선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 때 탔던 열차와 매우 비슷하다.
게다가 단둥 역사에는 전날 밤부터 거대한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고, 주변 경비가 매우 삼엄해지는 등 이상 징후들이 대거 포착됐다. 또 다른 소식통은 “베이징역에서 인민대회당을 향한 차량들을 볼 때 규모가 국빈급이었다”며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거의 확실하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북한은 과거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한 이후 북중정상회담을 먼저 개최한 전례가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중국을 찾았다면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열차가 아닌 비행기로 갔을 것”이라며 “북중 양측이 의제를 조율하는 단계인 것은 맞지만 이처럼 신속하게 움직였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김 위원장이 갑자기 시 주석을 만나는 것은 미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방중 인사는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다른 고위급 인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지 소식통은 “북한 인사들이 탑승한 차량에 대한 경호 단계가 김 위원장으로 보기엔 낮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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